영화이야기

하정우 범죄와의 전쟁 <여섯>

guem56 2012. 2. 7. 18:19

아주 오랜 옛날

애국가가 퍼지고 대한늬슈를 본 다음에

 

흰 천에 더러 비가 우수수 오면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고개 돌려 뒤를 보면 촤르르 촤르를 겔겔 겔겔

톱니같은 바퀴에 필름이 걸려서

유사플래쉬불 사이로

 

배우들의 영상세포가 날라들었고

스크린에 원래 흠이 있는지 필름이 여러번

서울에서 돌렸으면 긁히는지

 

가랑비 처량하고 유장한데

존웨인이 말을 타고 선인장 듬성한 모래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삼청교육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선량한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 거리행진을 하던 무렵

최불암씨는

 

백색 란닝구를 평상복으로 양촌리에 거주하셨고

큰 아들 김용건은 군청 공무원으로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였다

 

오늘날

김용건은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박원숙 집에 머물며

구두를 닦고 있는 중인데...

 

먹고 사는데 시달리다 보니

물정에 어두워

 

훤칠하고

연기 레알감 충만한 하정우가 그 분의 아들인걸

인터넷 두들겨 알았으니....

 

채널 몇 개 없던 때

역시 숱한 백성들이 기억하는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최민식은 한석규와 콤비를 이뤘고

 

어느 드라마에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이휘향의 아들로 나와서

 

엄마 휘향은 최민식을 꾸숑이라 불렀는데

 

오늘 이시점에선

최민식을 아들로 삼은 드라마는 상당히 곤란하고

이휘향을 아내 내지 며느리로 할 수는 있으니

 

남자의 늙어 보임은 속도가 빠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비열한 악질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의리찾는 조폭은

장기수 되어 신세 조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스토리라인은 훌륭하나

나는 하정우 연기에 마취가 되어

최민식의 역할은 관심사가 뒷전으로 밀렸다

이는 다분히 주관적이다

 

내 관심사는 두 시간 넘는 화면에서

저 하정우 팔자가 어떤 종착점에 갈지 그게 관심사였는데

 

어릴때 읽은

조웅전이나 유충렬전의 잔상이 아른하여

하정우는 그물망을 벗어나

 

어디 조용한 섬에 가서 은둔할 수 있나

조바심 내며 보았으나

 

의리란

김혜은 말마따나

알라보리에 붙은 밥풀 만큼이나

접착력이 약하고

 

수첩의 전화번호와

금송아지

 

검사와의 거래가

뒷심을 쓰는 힘의 세계에서

 

하정우가

버티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는지 모른다

 

두가지로 요약하면

 

한국영화 정말 잘 만들고

 

한편 이 영화 보고 깊고 굵게

씁쓸하였으니

 

나 또한 영화이야기처럼

레벨은 약하나 늘 누군가에서 속임을 당하고 사는건 아닌가

정말 그런거 같은게

 

양촌리 처럼 푸근한 마을은 만나기 힘들겠다 싶어서

길게 살아갈 앞날이 안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