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 자락앞에 뒷동산이 있고
그 작은 동산 발밑에 아담하게 서있는 매산학교
유치리와 시동리 어린이들이
글을 배우는 곳이다
봄이 오면 먼 산에 아지랑이가 오르고
아이들은
삼마치 고개 아래
난토골부터 느르치 가두둑을 거쳐 오거나
상화터나
멀리 소란으로 부터 물을 건너온다
아이들이 올 때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벤또는 속이 비어있는 채
작은 숟가락이 들어있어
책보에 쌓인 벤또가
아이들이 뛸 때마다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벤또는 도시락으로 일본말이란걸 나중에 알았다
그시절 유치리 어린이 중에
도시락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선 급식을 주었다
걸죽하기 보다는 농도가 옅은
옥수수 죽이었다
그 옥수수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보내 준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면
학교 관사라 부르는 곳에
큰 가마솥에 죽 냄새가 나고
1학년은 아마 그냥 집에 갔는지?
2학년 부터인가
반마다 바께쓰를 당번이 들고 가면
거기다 뜨거운 죽을 담아 교실에 와서
빈 벤또에 퍼담아
아이들은 죽을 먹었다
죽은 한없이 싱거워서
소금을 타먹었다
하여 아이들마다
소금을 싸가지고 왔다
검은 색이 도는 굵은 소금을 뿌리면
싱거운 맛이 사라져 먹을 만 했다
선생님은 늘 아이들보고
소금을 가지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어느 해 봄인가 햇살 밝은 점심 무렵
관사에서 3학년 교실로 오는 길에 박힌 돌부리에
그날 당번이 발이 걸려 죽을 쏟았고
그날 반 아이들은 점심을 걸렀으나
학교가 끝나고
부리나케
난토골로 상화터로
소란으로
달그락 소릴 내며 역시 뛰어갔다.
그 시절의 점심을 생각하면
나는 십여분은 고향으로 그냥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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