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춘 불패 유치리의 점심

guem56 2010. 3. 24. 10:40

매화산 자락앞에 뒷동산이 있고

그 작은 동산 발밑에 아담하게 서있는 매산학교

 

유치리와 시동리 어린이들이

글을 배우는 곳이다

 

봄이 오면 먼 산에 아지랑이가 오르고

아이들은

 

삼마치 고개 아래

난토골부터 느르치 가두둑을 거쳐 오거나

 

상화터나

멀리 소란으로 부터 물을 건너온다

 

아이들이 올 때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벤또는 속이 비어있는 채

작은 숟가락이 들어있어

 

책보에 쌓인 벤또가

아이들이 뛸 때마다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벤또는 도시락으로 일본말이란걸 나중에 알았다

그시절 유치리 어린이 중에

도시락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선 급식을 주었다

걸죽하기 보다는 농도가 옅은

옥수수 죽이었다

 

그 옥수수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보내 준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면

학교 관사라 부르는 곳에

큰 가마솥에 죽 냄새가 나고

 

1학년은 아마 그냥 집에 갔는지?

2학년 부터인가

 

반마다 바께쓰를 당번이 들고 가면

거기다 뜨거운 죽을 담아 교실에 와서

빈 벤또에 퍼담아

 

아이들은 죽을 먹었다

죽은 한없이 싱거워서

소금을 타먹었다

 

하여 아이들마다

소금을 싸가지고 왔다

 

검은 색이 도는 굵은 소금을 뿌리면

싱거운 맛이 사라져 먹을 만 했다

 

선생님은 늘 아이들보고

소금을 가지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어느 해 봄인가 햇살 밝은 점심 무렵

 

관사에서 3학년 교실로 오는 길에 박힌 돌부리에

그날 당번이 발이 걸려 죽을 쏟았고

 

그날 반 아이들은 점심을 걸렀으나

학교가 끝나고

부리나케

난토골로 상화터로

소란으로

달그락 소릴 내며 역시 뛰어갔다.

 

그 시절의 점심을 생각하면

나는 십여분은 고향으로 그냥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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