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물레방아

guem56 2010. 3. 15. 11:44

멀리 금은산의 도깨비 불이 바라다 보이는

매산 초등학교 앞자락

 

저수지 물이 흘러내리는

시동 개울을 바라보며

물레방아 집이 서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신작로

길가에 <접도구역>이란

글씨를 새긴 노란 벽돌같은게

박히던 시절

 

둥그런 스피커에 윙윙 대던

낮 열두시 뉴스에

경제개발 오개년이란 말이 매일 나오던 시절

 

물레방아집은 거미줄을 친 채

말없이 서 있었고

 

이끼가 끼인 방아틀이 맑은 물에

끼룩끼룩 바퀴를 돌다 쉬다 하였다

 

벌써

휘발유 내음이 풍기는 발동기 소리 요란한

방앗간이

물레 방아 일을 다 앗아간 뒤였다.

 

차츰 세월에 삭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져

물레방아집은 언젠가

저절로 사라진 듯 하다

 

2000년 무렵인가

봉평 이효석 마을 동네 어구에

역시 기능은 잃어버린 물레 방아를 보았다

 

파란 실잠자리가 유난히

하늘 하늘 맴돌던

그 물레방아 자리는

 

오래 전 새로 난 아스팔트 길

언저리 어딘가일 것이다

 

버덩말에서 오지울로 넘어가는 얕은 고개막에서도

그 물레방아집은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