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금은산의 도깨비 불이 바라다 보이는
매산 초등학교 앞자락
저수지 물이 흘러내리는
시동 개울을 바라보며
물레방아 집이 서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신작로
길가에 <접도구역>이란
글씨를 새긴 노란 벽돌같은게
박히던 시절
둥그런 스피커에 윙윙 대던
낮 열두시 뉴스에
경제개발 오개년이란 말이 매일 나오던 시절
물레방아집은 거미줄을 친 채
말없이 서 있었고
이끼가 끼인 방아틀이 맑은 물에
끼룩끼룩 바퀴를 돌다 쉬다 하였다
벌써
휘발유 내음이 풍기는 발동기 소리 요란한
방앗간이
물레 방아 일을 다 앗아간 뒤였다.
차츰 세월에 삭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져
물레방아집은 언젠가
저절로 사라진 듯 하다
2000년 무렵인가
봉평 이효석 마을 동네 어구에
역시 기능은 잃어버린 물레 방아를 보았다
파란 실잠자리가 유난히
하늘 하늘 맴돌던
그 물레방아 자리는
오래 전 새로 난 아스팔트 길
언저리 어딘가일 것이다
버덩말에서 오지울로 넘어가는 얕은 고개막에서도
그 물레방아집은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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