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유치리와 시동리 집집마다
군에 다녀온 아저씨들이
나무로 총을 깍아 예비군 훈련을 하던 그 시절
유치리 마을 사람들이 가는 장이
셋이 있었으니
유치리 바로 아래
매산초등학교와 협신 초등학교 사이
화랑부대 앞에
시동장이 있었고
그 아래 양덕원 장이 있었으며
더 멀리 나아가면
삼마치 고개를 지나 홍천읍장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시동장은 사라진듯 하다
장이 서는 날 아침이면
삼마치 고개 헌병대 앞에서 유치리로 갈라서는
신작로로
사람을 가득 실은 트럭이 내려왔다
장을 보러 오시는 읍내 상인들이었다
트럭에 옹기 종기 앉아서 커다란 물건 짐을 옆에 놓고
그렇게 덜그럭거리는 트럭을 타고
유치리를 지나쳐 시동장으로 들어섰고
어스름 무렵 저녁어둠과 함께 트럭은 다시 유치리로 올라오거나
아니면 양덕원으로 해서 떠나갔다
장이 서는 날이면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장바닥으로 돌았다
돈이 없으니 뭘 사먹지는 못하고
구수한 장국밥 내음새라든가
더 관심이 있다면
풀빵틀 앞에서 구어져 나오는 풀빵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뻥튀기 앞에서 귀를 막아가며
옥수수가 펑 튀어나오는 장면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장이 서는 날 아침에
말씀하셨다
장에 가서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집에 얼릉 가라고....
이발소와 사진관이 있던 그 장터 자리는
그대로 이던데
시동장은 안서고
마트가 들어서
무심한 점원이
손이 산 물건을
영수증과 함께 건네줄 뿐이었다
닭과 강아지
쌀이며 콩이며 옥수수알을 자루에 담아온
숱한 아주머니들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
'유치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드(아이스 케키)의 추억 (0) | 2010.05.04 |
---|---|
메밀막국수 (0) | 2010.04.21 |
청춘 불패 유치리의 점심 (0) | 2010.03.24 |
유치리의 소는 여물을 먹고 (0) | 2010.03.16 |
유치리의 물레방아 (0) | 2010.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