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메밀막국수

guem56 2010. 4. 21. 16:22

가뭄이 들어 밭이 타들어가는 듯

벌개진 흙에도 메밀은 자란다 한다

 

봉평 이효석 생가로 가는 길에 메밀밭이 있으리라.

강원도 영서 산자락 어디가나 구석지고 돌이 많아

밭노릇 하기 힘든 곳에 또한 메밀이 자랐을 것이다.

 

유치리에서 상창으로 가다보면 삼마치가 있다

6.25끝나고 수십년을 머문 헌병초소가 지금은 쉬는 듯 한데

바로 그 아래 삼대 막국수란 집이 있다.

 

실제로 삼대를 했는지는 확인 못해보고

횡성쪽으로 내려가면 하창 공근이 있고

행정리로 들어가는 곳

 

그 옛날 거기 행정약국이라고 불리던 한의원이 있었고

그 앞 동네 어구에 막국수 집이 있었다

10여년 전에도 낡은 간판이 보인 듯 하더니

이제는 없어졌는지....

 

막국수는 메밀로 만든다

도회지의 대개 막국수 집에선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데

100%메밀로 만드는 집도 있다

 

메밀이 많을수록 국수 가닥이 툭 툭 끊긴다

 

한달 전쯤에 테레비젼 내고향 프로에 보다 보니

단양의 어느 산자락 아직도 소가 쟁기를 끄는 마을에

막국수 틀이 남아있다

 

6.25지나고 널린 대포 탄피를 주어다 영감님이 구멍을 숭숭 뚫고

나무 공이를 누르면 막국수 가락이 끓는 물 위로 떨어지게 만든 막국수 틀이다

영감님은 저세상으로 오래 전 가시고 남은 할머니가 동네 사람들과 가끔씩 별미로

여전히 막국수를 뽑아 드시는 모양이다

 

새마을 운동 노래가 울려 퍼지기 전 쯤에

유치리 매산학교 학교 울타리에 착 붙은

유씨성을 가진 내외가 사셨으되

 

찬 바람 불고

엄동설한 눈이 내릴라 치면 이듬해 봄까지

그 댁에서 늘 막국수를 눌러서 먹었다...

 

아이들은 거기 가질 못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기억엔 가물하나

아마도

 

이미숙이 나왔던 뽕처럼

겨울철 가마니를 짜던 손들이 심심하셔서

동네 분들이 모여 (꽃싸움 花鬪)을 하시면서

출출한 속을 막국수로 달랬던거라 짐작이 간다.

 

메밀은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껍질은 베개속으로 넣기도 하거니와

 

강릉 춘천 원주 정선 고성 속초 화천 홍천 강원도 방방곡곡에

막국수 집이 널려 있으되..........

그 맛이 하향적 평준화를 지향하는지 모르나

 

더러 오다 가다 보면

면발이 툭툭 끊어지는 메밀에다

동치미 맛이

삶에 삭은 아래 창자를 서늘하게 툭 건드리고 가는

맛집을 만날 수도 있다

 

하고 많은 집에 한 집 귀뜸 드린다면

인제 원통에서 양구 넘어가는 광치령

양구 쪽에 높은 언덕배기에 막국수 집이 있으니 ..

맛은 삼삼하되 상호는 잊었고

경치가 좋아서 기억에 남는지도...

 

인터넷 뒤지시지 말고 오다가다 만나시면

더 기분이 매콤 쌉쌀 하실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