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 만리가 흘러서
상하이 거쳐 바다로 가기 전에
정강(靖江 징장)이라는 도시가 있다
양쯔강엔 하돈이라는 복어와
게가 많이 잡혀서
어부가 천년 세월 그물질을 하고
땅이 비옥하고 목초가 풍성해서 사람들이 살만한 땅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시대 장수가 말에게 풀을 먹여서
마태사(馬駄沙)라 불리는 모래흙 퇴적층엔 오늘날도 풀이 자라는가 본데
징장엔 중국사람들이 만고충신으로 존경하는 남송 악비장군 사당이 있다
악비의 사당은
고향인 허난성 탕인과
항저우 서호 근처
그리고 징장 성쓰전(生祠鎭)에 있다
1127년 금나라 군대가 카이펑에서 휘종을 잡아가고
그 아들 조구가 양쯔강 이남으로 쫓겨와서 남송을 세운 얼마후
악비는 도처에서 금군과 싸워 연전연승하고
무적의 악가군을 지휘하는데
남송의 유약한 화의파의 모함에 걸려 병권을 앗기고
비참하게 옥사한다
마치 영화 글레이디에터에서 막시무스가 죽는거와 비슷하다
악비가 만강홍(滿江紅)이란 시가를 남겼다
장지기찬호로육(壯志飢餐胡虜肉)
소담갈음흉노혈(笑談渴飮匈奴血)
배고프면 오랑캐 살을 뜯고
웃으면서 오랑캐 피를 마신다는 뜻이다
악비는 적국인 금나라 황제와
청나라 누르하치 강희제 등에게서 많은 존경을 받았고
관우와 함께 조선시대에 이땅에서도 충신으로 흠모의 대상이었다
악비가 싸우던 때는
고려 인종임금 시절
정지상이 서경천도를 꾀하면서
신흥 세력 금을 정벌하러 가자 했고
김부식이 정지상 세력을 제거해 버린 때이다
여진족의 금나라는
요나라를 송나라 군대와 협공해서 멸하고
계속 송을 압박하여 나중엔 지금의 베이징으로 입성한다
일제의 침탈기에
독립운동지혈사를 쓴 박은식은
금나라 태조의 약전 (몽견금태조)란 소설을 지었는데
여기엔 금나라 태조를 본받아 국운이 쇠하는 대한제국을 살리겠다는 계몽의지가 담겨있다
지금 중국에선
금이나 요나 같은 넓은 중국의 일원이라는 뜻에서
악비에 대한 광범위한 존숭의 움직임은 별로 없으나
여전히 악비의 사당엔 향을 사르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악비가 쓴
제갈량의 출사표 글씨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글씨를 흉내내서 따라 쓴다면
한칸 모옥에 걸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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