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홍양호 기윤 사고전서

guem56 2012. 4. 30. 16:39

정조 6년 임인년(1782)

홍양호는 중국에 사신으로 간다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 성인 안시성을 지나 그 감회를 읊고

베이징에 들어간 홍양호는 사고전서를 총괄한 기윤을 만난 듯 하다

 

홍양호의 문집 이계집엔

시집서와 문집서 두 개의 서문이

책머리에 나란한데 지은이가 기윤이다

 

강원도 곳곳에 올림픽 성화봉송로

신작로에 코스모스를 심을 때

 

그 보다 더 오래전에

사고전서 아마도 타이베이에서 간행한 듯 한데

그 전질을 구경한 적이 있다

 

또 언젠가 20세기 저무는 날에

지금은 사라진 혜화동 중국책 팔던 삼련서점에서

사고전서를 쏘옥 집어 넣었다는 라면 몇 개 분량의 CD판을 본 적이 있다

 

홍양호와 기윤은 1724년 같은 해 태어나고

둘다 1800년 이후까지 오래 살았다

 

한국문집총간의 이계집엔 중국을 둘러본 기행문이 있고

북한산 자락 우이동 계곡의 경승을 풀이한 우이동기가 있다

 

언젠가 우이동 계곡 음식점에서 비가 오는날

빗소리 들으며 저녁을 먹은 때가 있었는데

홍양호가 말한 우이동이 여기인지는 모르겠다

 

40때에 신쟝 우루무치로 쫓겨갔다가 나중에 

사고전서 책임을 맡은 기윤은 책에 묻혀 산듯 하다

 

그가 열미초당필기를 남겼고

여기엔 여우나 귀신 이야기가 가득해서

포송령의 요재지이와 함께

평자의 호오가 갈리는 문제의 책이라 전해진다

 

내가 포송령의 요재지이

 

그 중에 한두편을 최선생님한테 배운지가 역시 20여년이 흘렀다

 

포송령이 팔고문의 벽을 못넘고 평생을 불우하게 살면서

왜 그렇게 귀신 이야길 많이 했나 했더니

청나라 만한이원제에서

벼슬과 돈이 마른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포송령에 비하면 기윤이나 홍양호는 평안하게 산 편이다

 

세월은 무상하고

펼치지 못한 책은 켜켜이 백탑을 이루는데

나는 일몰에 눈을 두고

저녁 밥 먹을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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