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이청조 녹비홍수 스물하나

guem56 2012. 2. 25. 11:47

추운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온다

낮에는 환자가 없으나

밤에는 잠이 없다

 

사천성 청두 에서 여생을 보냈다는

쉬에타오(설도 薛濤)의 시 한구절엔 외로움이 짙게 묻어난다

 

開不同賞

落不同悲

 

꽃이 피어도 같이 볼 이

꽃이 져도 슬픔 나눌 사람 없더라

 

 

당나라 서울 시안에 머물던 이하(李賀)가

벗 진상에게 준 시 구절이 다음과 같다

 

長安有男兒

二十心已

 

장안에 한 사람 있으니

나이 스물에 이미 마음이 시들었노라

 

이하의 시구는

삭은 재를 보는 듯 하다

 

나는

외로움이나 시들어가는 느낌보다는

같은 애상이라도 밝은 색깔이 낫다

 

거란의 요나라가 망하고

금나라는 여세를 몰아

 

송나라 땅으로 남하하고

산동성 칭저우 살던

 

이청조는 좋은 시절 종치고

신고의 피난길을 떠난다

 

청조가 청주에 살던 좋았던 때에

여몽령이란 송사(宋詞)를 남겼다

 

그 시를 보기전에

먼저 한악의

(늘어지게 자고 나서 

懶起 란 시를 봄이 좋다)

 

韓偓

 

懶起

 

昨夜三更雨

臨明一陳寒

海棠花在否

側臥捲簾看

 

어제 깊은 밤에 비내리더니

아침엔 춥네

해당화는 안즉 퓌었는지

발을 걷고 살펴보네

 

 

 

어느 해

봄이 오면

쓰촨성 청두에 가리라

 

이하의 시집과

청조의 시집을 책상에 둔 지 오래 되었다

청두에 가면 촉승상 제갈량 유허를 돌아보고

두보의 초당

 

그리고 설도의 시집을 거기서 얻어 오리라

 

李淸照

如夢令

 

어제밤

엷은비에 센 바람

깊은 잠결에 마시던 술이 남았네

 

삼월이에게

해당화 그대로 있나 물어보니

 

아시나요?

푸른 잎이 도툼하면

꽃은 시든답니다

 

昨夜雨疎風驟

濃睡不消殘酒

試問捲簾人

却道海棠依舊

知否知否

應是綠肥紅瘦

 

삶이 쓰든 달든

어쩌다 책 한 줄은 보게 되고

 

신의주 박시봉방에 유숙하던 백석을 생각하며

나는 내 흔적을 볼펜으로 남겨 놓는다

 

언젠가 누군가 읽어볼지

나는 모르고 이 세상을 떠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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