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김주영 잘가요 엄마 .....화척 야정 객주

guem56 2012. 6. 9. 15:15

장에 가면

흰 차일이 해를 반쯤 가리고

목청 좋은 장사꾼이 손님에게

소금에 절은 고등어를 건넨다

 

그 고등어는 신문지에 쌓여

집에 와서 풀어보면

신문지엔 고등어 기름이 묻어 있고

고등어 그물무늬위엔 검은 잉크가 배어 있었다

 

납글자를 만들어 신문을 찍다가

인쇄술이 발달해서 요즘 신문은

손가락에 힘주어 찍어내지 않는한 검은 색을 털어내기 힘들다

 

새마을 노래가

면사무소 초등학교 스피커에서 울리던 때

그후 서울올림픽 준비하느라 동네방네 꽃길을 가꾸던 때

 

신문엔 연재소설이 있었다

이병주의 글과 박범신의 이야기도 신문에서 아침에 만났다

 

최인호가 광개토왕비를 다룬 소설도 드문드문 읽었다

 

그렇게 김주영의 글을 읽었다

 

화척 야정 객주

 

어느걸 어느 신문에서 보았는지

책으로 보았는지 기억은 흐리고

 

이 소설들을 전편을 다 읽은것도 아니다

 

다만

백두산 근처 압록강 일대에서

월경한 조선사람들이

 

초근목피로 버티면서

파란만장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야정

이걸 연재분이 나올 때마다

 

목마른 술꾼이 막걸리 한잔 탐하듯이 그렇게

정신줄 바짝 당겨놓고 본 기억이 생생하다

 

김주영의 글은

시골장터 내음이 가득하다

 

대하소설 역사소설이란 것이

기본 자료조사도 어렵고

사건을 앞뒤 오른편 왼편 짜내기도 힘들다

 

전체 얼개가 엉성하기 쉬운 구조이다

나는 김주영의 소설을 읽으면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과정엔 30점을 주고

문장이라기 보다는 한두쪽 문장들 모둠에서

 

걸쭉하게 풀어내는 시골장터

왁자지껄한 가운데

 

닭한마리가 묶인 다리 새끼줄 풀려 뛰어다니고

 

평소 말한마디 없던

느르치 학근영감께서 얼굴이 불콰해서

안주일체 왕대포 흰페인트 글씨가 삐뚤한

서울옥 유리문앞에서

 

동네 젊은 사람을 이리오라고 소리지르던

그 옛날을 확인한다

 

김주영의 새소설

잘가요 엄마

 

이 책을 나는 읽기 힘들다

절절이 배인 한을 마주 보기엔

내 삶은 무게가 너무 가볍다

 

김주영 선생이 오래 사시고

또 다른 작품을 많이 세상에 풀어놓으시기를 바랄 따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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