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당인 낙하고목도<落霞孤鶩圖>

guem56 2012. 6. 13. 14:35

중국 장시성 난창은

동북에 포양호를 접하고

간강이 흐르는 물의 도시

 

여기 등왕각이 있다

 

1519년 난창의 영왕 주진호가 황제를 칭하며 반란을 일으킨다

이 반란을 왕양명이 진압했다

 

반란군은 난징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기지와 전략 그리고 배짱을 가진 왕양명이

강남 여러지역의 군사를 독려하고

물자를 동원하여 애써 막아냈다

 

표면적인 진압의 공은

술로 세월을 탕진했으나 반란 소식을 듣고 몸소 친정을 한

명나라 무종에게 있으나

반란진압의 실제적 공은 왕양명에게 있다

 

주진호는 난을 일으키기 전

강남 제일재자로 이름난 당인을 흠모하여

그 서화를 구하고자 그를 불렀다

 

난창으로 가던 당인은 주진호의 평판이 좋질 않고

뭔가 이상하여 칭병하고 호구를 벗어나 역적과 결당하는 화를 면했다

 

젊어서 과거에 부정사건의 의혹이 있어

벼슬길이 끊긴 당인은

서화와 술로 세월을 보냈다

 

그가 지은 도화암가엔 이런 구절이 있다

 

반성반취일부일

화락화개년부년

단원노사화주간

 

半醒半醉日復日

花落花開年復年

但願老死花酒間

 

술깨고 취하며 날이 가고

꽃피고 지며 해가 가네

꽃과 술속에서 세상 뜨고 싶다네

 

꽃향과 술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고문진보에는 왕발이 남긴 등왕각서가 전하고

이는 중국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애송하는 명문장이나

46변려체로 된 문장은 아름다우면서도

난삽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문장을 남긴 왕발이 일찍 죽었음이 한이다

 

등왕각서중에

 

낙하여고목제비라는 구절이 있다

 

석양의 지는 노을에

기러기 줄이 나란하다는

경치를 노래한 구절이다

 

끝없는 넓은 강가 가을물이 하늘과 맞닿아

 

추수공장천일색이란 구절이 대를 이룬다

 

당인이 남긴 그림중에

낙하고목도가 있다

 

등왕각서에서 화의를 얻어온 것이다

 

문장과 그림

그리고 등왕각이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고

왕발과 당인과 왕양명은 떠났다

 

한석봉은 등왕각서를 유려한 초서로 남겼다

글자 하나하나가 날렵하고

여러글자가 매끄럽게 이어져 임모하기 참으로 어렵다

 

하여 예인은 따로 있고

속인은 그저 어두운 눈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