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10원의 증발

guem56 2010. 4. 26. 18:13

누구나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어느 회사 다니다가 쉰을 갓넘겨

퇴임한 김판술씨가

어느날 조카 중학생이 강건너 학교에 배정받아

 

코앞에 새로지은 중학교를 놔두고 10리 길을 넘게 버스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니

바로 그학교가 (내)가 다닌 학교임에

강제로 추억에 빠진다

 

삼연 김창흡은 평소 말을 타고 다닌 모양이다

지금 막걸리가 유명한 포천 일동 이동...거길 영평이라 했는지?

 

그쪽과 화천 곡운 그리고 철원 한탄강 줄기 인제 설악까지 두루 두루

백부와 형님을 만나러 혹는 스스로 은거하고 책을 읽으려

많이 다닌 듯하다

 

양구 인제에서 흘러든 물이 북한강을 이루기 전에 화천 쪽에 흘러오는 모진강물과 합수하는 소양강자리에

소양정이 서있다

 

삼연은 소양정(昭陽亭)이란 시를 남긴다

名亭逈立翠松皐(명정형립취송고)

유명한 정자가 멀리 푸른 소나무 물가에 있다...고 시는 시작 된다

 

삼연의 시는 어려워 그냥 마음에 느끼는 대로만 읽는게 낫다 싶다

 

지금의 소양정은 625때 불에 타서 전쟁후 새로 지었다고 하고

봉의산 언덕 높은 곳에 있는데

과거엔 더 아래인 물가 쪽에 있었다 한다

 

그 소양정에서 멀리 다리 건너 우두벌판을 바라보노라면

소양중학교가 아련하다

 

김판술씨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시내버스비가 10원이었다고 한다

 

학교가 끝나고 강바람을 맞으며

때론 걸어왔는데

한시간을 넘게 걸어오다가

 

주머니 남은 십원으로

얼음 아이스케키를 여남은 친구들과 사먹었다고 한다

 

마지막 차거운 얼음이 입안에서 다 녹아갈때

내가 왜 걸어왔나 버스 타고 지금 집에 들어가 있을걸

 

땅을 치고 후횔하고 또 어느날 다시 그 하드를 먹고

그렇게

중학교 시절이 흘러갔다고 한다

 

 

'글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환  (0) 2010.05.13
로마이야기 비잔티움  (0) 2010.05.07
익종 정조의 손자....  (0) 2010.05.03
한석봉 그리고 등왕각서  (0) 2010.04.27
무소유 그리고 백석  (0) 201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