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박정희가 만년군주로 있던 시절
삼중당 문고 그때 돈으로 200원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앙드레 말로의 왕도의 길이란 책이 역시 그 문고로 나왔는데 거금 200원을 주고 사서
10페이지를 못채우고 재미가 없어서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같은 삼중당 문고에 칼 힐티의 (잠 못이루는 밤...)이란 책이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밤이 깊으면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사람들은 더 잠이 없나보다
月微星爛 夜寒逼骨 送人于軒 徘徊欄欞....
方啖烟茶 獨對梅花 詩魔未到 睡魔先壓....
달은 희미하고 별은 빛나 밤 추위가 뼈 속에 스미는데 사람을 헌(軒)에 보내고
난간을 배회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혼자 매화를 보고 있는데, 시마가 오기 전에 수마가 먼저 덮치니....
(근묵 信 Page 385)
이 시같은 글은 정조의 손자이며 순조의 아들 익종의 편지글의 일부이다
1809년에 태어나 1830에 서거했으니 안타깝다
익종은 4년 정도 실제 정무를 본 듯 하다
범상치 않은 글의 솜씨로 보아 그가 좀더 오래 살았다면
정치나 문예 나라의 국세가 상당히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정조 이산이 성리학이나 시 서 화 등에 두루두루 전문학자를 넘어서는 높은 식견을 구비했는데
만약 익종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치세나 국가운영의 면에서 정조와 어떻게 비교될지는 모르나
학문이나 시에 있어서는 할아버지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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