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마크 트웨인 미시시피

guem56 2012. 10. 24. 17:14

논에 누웠던

벼가 지게에 얹혀

쉼없이 가고 나면

텅빈 논에 그 많던 메뚜기도

한해를 마감한다

 

하릴이 없어

실업상태가 되면

앞도 뒤도 떨어진 책

톰소여의 모험을 읽다가

 

그 이듬해 어느 잡지에서

허클베리 핀을 만나니

 

둘다 다

여드름이 무성한 얼굴에

비쩍 마른 모습으로

유치리에선 볼 수 없었던 멜빵바지를 입고

허구헌날 어른들에게 혼나는 만화라

 

어린 날에

톰소여와 허클베리는 무슨 사이인가?

 

머나먼 나라 미국의

미시시피 강은 넓고 넓은가

 

그런 의문속에

파란 하늘 쌕쌔기가 날다가

구름 꽁무니를 남기고 상창봉 오음산 쪽으로 사라지면

날이 저물고

화롯불에 오른 청국장을 뜨다 보면 부엉이 우는 밤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내가 책을 사서 볼 수 있고

마크 트웨인 책을 영어문고로 만났어도

이제 눈이 침침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

나는 서가를 그냥 지난다

 

생각해보면

서점에는 읽을 책이 많고

삶은 시간을 채울 소재가 너무 많아서

밍기적 거리다가

메뚜기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언젠가 책은 남은 채

사람은 훠이 훠이 떠난다

 

하여 읽을 수 있을 때 봐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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