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별세하신 곽감독님의 청춘

guem56 2010. 6. 11. 17:38

그 옛날 까만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시절

 

국어책에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이란 글이 있었다

청춘이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찬다는 글이었는데 한자가 많이 섞여서

중학교 갓나와 그런 글을 보니 무척 어렵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고등학교에선 독일어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시간인지 두시간인지..아무튼 별명이 (이히 하베..Ich habe..)이신 독어 선생님(존함을 잊었다)이 맥없이 수업을 하셨는데(제 2외국어는 대학 입학에 반영이 잘 안되어서 학생들이 독일어를 열심히 안했다)

 

그때 헤르만 헤세의

청춘은 아름다워라 란 시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를 거기서 봐서 그랬는지

이상하게 헤르만 헤세 책이 많이 집집마다 돌아다녀서

데미안은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서 못읽고

 

엉뚱하게 <싯다르타>를 읽은 기억이 있다

 

배두나

수원시청 양궁부 소속으로 영화 <괴물>에서 뛰어난 활솜씨를 보여주었다

 

이 배두나가 뜬 영화가 곽감독의 <청춘>이다

 

별 생각없이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았는데

 

감동이 깊었다

 

우선 화면이 밝고 화사했다

청춘의 이미지와 맞는다

 

그리고 영화가 성장소설처럼

사람이 커서 생각이 여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은 허무 또는 애상조이다

 

스토리 전개는 two top으로 흐른다

두 친구가 각각 개인연애사를 축으로 삶의 희비를

자의와 타의에 의해 경험하는 것이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김래원과 배두나의 연애라인이 형성되어

영화의 흐름이 바뀐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선 스토리가 비약을 했거나 다른 선로로 가버린 기차가 생각났으나

요즘은 삶의 길이 원래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잘 만든 영화였구나 그렇게 느낀다

 

마찬가지의 생각으로

중경삼림같이 두 꼭지의 스토리 영화가 잘 이해가 안갔으나 이제는 더 낯익을 수도 있겠다 싶다

 

고현정이 나온 <잘알지도 못하면서>도 오전과 오후가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어차피 삶도 그렇게 다층화면이 아니겠는가?

 

.............................

 

그런데 갑자기 곽감독이 세상을 훌훌히 접으셨다

영화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신 분인데

아마 매우 착하신 분이라

 

거친 세상에서 부대끼며 살아내시기가 힘드셨던듯 하다

 

감독님이 떠나셔서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