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마가리 극장>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마가리 극장에 가서
가마니를 깔고 <미워도 다시 한번>을 구경해야 할 듯 싶다
탄가루가 자욱해서 구름 낀 하늘이 그래도 푸른 색감이 남아 있을래나
온통 거뭇거뭇하고 칙칙했던 망경대산 어름에 모운동
탄 캐던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푸릇푸릇 그 옛날 나무 자라던 산동네 티가 난다 하거니와
만 여명 살 던 그 떠들썩했던 골짜기는 이제 백여 사람 사는
잊혀진 동네가 되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
초등학교 2학년 우하는
어머니 곁에서 아버지 등에 업힌 여동생과 함께 고갯길을 넘었는데
그 고개를 다시 내려 올때는 아버지는 돌아가셨던 모양이다
모운동이 석탄 캐느라 사람들로 법석일 때
겨울 아주 추운 12월의 끝자락에
가설극장이 장마당에 섰고
스피커로 영화 보러 오라고 연설하는 홍보차가 돌아다녔다
1970년 전후
해마다 여름 가을 무렵
매화리 금은산 아래 층층이 논들에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기 전
장마는 그치고 메뚜기는 안즉 다 자라기 전
시동 장마당에 역시 가설극장이 들어섰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시동 유치 매화리 주민 여러분
저희는 오늘 시동장에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아무개 영화를 상영합니다
김도연 작가의 소설
<마가리 극장>엔 앞뒤 짜맞춘 듯이
매화리 가설 극장이 판박이로 등장한다
우하와 용태 미연이는 어떻게 하면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이
극장 갈 돈을 구해야 하고
수십년 전 매화리에 현중이와 태용이가 그렇게 수를 써서
비가 칙칙 오는 흑백 영화를 보러 가듯이 그렇게 영화를 구경하러 갔는가 보다
매화리와 마가리 극장과는 시차가 꽤 난다
이미 마가리 극장의 시간 무대는 제 5공화국 시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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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의 춘천 골목들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흥청대던 애막골이며 요선동이며 스무숲이 밤 아홉시면 불꺼진 음식점이 너무 많다
삼시세끼 먹고 긴긴
겨울밤 문화생활할 겸
강원도 평창서 태어나 춘천서 학교 다녔다는 김도연 작가의
소설 <마가리 극장>을 구했다
그 옛날이 아련하고 한편 많이 슬프다
나는 지금도 일년에 서너 차례
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 길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매화리 주민 여러분 오늘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영화 홍보차의 마이크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