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김도연 소설 <마가리 극장>

guem56 2018. 12. 11. 17:46

김도연 <마가리 극장>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마가리 극장에 가서

가마니를 깔고 <미워도 다시 한번>을 구경해야 할 듯 싶다

 

탄가루가 자욱해서 구름 낀 하늘이 그래도 푸른 색감이 남아 있을래나

온통 거뭇거뭇하고 칙칙했던 망경대산 어름에 모운동

 

탄 캐던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푸릇푸릇 그 옛날 나무 자라던 산동네 티가 난다 하거니와

만 여명 살 던 그 떠들썩했던 골짜기는 이제 백여 사람 사는

잊혀진 동네가 되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

초등학교 2학년 우하는

어머니 곁에서 아버지 등에 업힌 여동생과 함께 고갯길을 넘었는데

그 고개를 다시 내려 올때는 아버지는 돌아가셨던 모양이다

 

모운동이 석탄 캐느라 사람들로 법석일 때

겨울 아주 추운 12월의 끝자락에

가설극장이 장마당에 섰고

스피커로 영화 보러 오라고 연설하는 홍보차가 돌아다녔다

 

1970년 전후

해마다 여름 가을 무렵

매화리 금은산 아래 층층이 논들에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기 전

장마는 그치고 메뚜기는 안즉 다 자라기 전

시동 장마당에 역시 가설극장이 들어섰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시동 유치 매화리 주민 여러분

저희는 오늘 시동장에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아무개 영화를 상영합니다

 

김도연 작가의 소설

<마가리 극장>엔 앞뒤 짜맞춘 듯이

매화리 가설 극장이 판박이로 등장한다

 

우하와 용태 미연이는 어떻게 하면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이

극장 갈 돈을 구해야 하고

수십년 전 매화리에 현중이와 태용이가 그렇게 수를 써서

비가 칙칙 오는 흑백 영화를 보러 가듯이 그렇게 영화를 구경하러 갔는가 보다

 

매화리와 마가리 극장과는 시차가 꽤 난다

이미 마가리 극장의 시간 무대는 제 5공화국 시대인 듯 하다

~~~~~~

올 겨울의 춘천 골목들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흥청대던 애막골이며 요선동이며 스무숲이 밤 아홉시면 불꺼진 음식점이 너무 많다

삼시세끼 먹고 긴긴

겨울밤 문화생활할 겸

강원도 평창서 태어나 춘천서 학교 다녔다는 김도연 작가의

소설 <마가리 극장>을 구했다

 

그 옛날이 아련하고 한편 많이 슬프다

나는 지금도 일년에 서너 차례

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 길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매화리 주민 여러분 오늘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영화 홍보차의 마이크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글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송시대 2  (0) 2018.12.27
북송시대  (0) 2018.12.26
남구만 표해록을 읽고  (0) 2018.05.28
최북 남공철 편지  (0) 2016.11.03
양만리   (0) 201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