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북송시대

guem56 2018. 12. 26. 18:34

중국 북송에 영종이란 임금이 있었다

1064년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수많은 역사책을 다 읽자니 힘들고

내용이 번잡하니 알기 쉬우면서도 읽는 사람들에게

역사 교훈을 쏙쏙 집어 넣어주는 좋은 책을 만들면 어떤가 하여

당대의 대학자 사마광을 불렀다

 

사마광은 세 가지 살펴주기를 청했다

황실 도서관을 맘대로 돌아다니게 해달라

유능한 서생을

그러니까 역사책 집필하는 보좌진을 서너사람정도

내가 뽑게 해달라

 

영종은 청을 다 들어주고

과일과 음식을 제공하고 넉넉히 봉투도 하사하셨다

 

영종임금은 몇 년만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들 신종이 뒤를 이었다

신종 또한 아버지 뜻을 이어 사마광의 역사편찬을 적극 도왔다

 

북송은 이 당시 재정적으로 몹시 어려웠다

20세기 미국은 적자가 나면 달러를 찍어서

바닥을 모르고 버티지만 북송은 사정이 달랐다

더구나 IMF도 없던 시절이라

 

20대 젊은 신종은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써서

국방이나 경제가 튼튼한 나라를 만들길 원했다

 

처음 신종의 정책을 추진할 만한 여러 인사가 있었고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었으나

이 개혁정책을 핵심 인사로 왕안석이 낙점이 되었다

 

왕안석이 누구뇨

사마광과 밤새워 경학과 시문을 논한

마음이 통하는 지기였나니

 

그런데 세상사 알 수 없으니

신종 즉위 후 몇 년 지나 사마광은 왕안석의 여러 신법을

반대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사연은 입으로 옮기자면 열 입이 모자라나니

 

각설하고 1070년 사마광은 말리는 신종을 뒤로 하고

수도 서울 카이펑을 떠나 섬서성 창안으로 갔다가 낙양에 정착한다

이것이 살아서 신종과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그렇다면 사마광이 박항서 감독처럼 총 책임자였던

자치통감의 결말은 우째 되는가

 

자치통감은 1065년 시작하여 1084

신종 임금 생존 시에 거반 20년 만에 완성이 되었다

 

조수 세 사람은 유반 유수 범조우 셋인데

도중에 스승뻘인 사마광이 낙향해 버리고

신법을 추진하는 편에서 자치통감 만드는 서책파들이 놀고 먹는다는 비난을 하자

성정이 괄괄한 범조우가 낙양의 사마광을 찾아와 이거 그만 둡시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때 사마광이 어렵더라도 책은 완성되어야 한다

하여 유반이 선진 양한 시대를 1차 원고 쓰고

범조우는 복잡한 당나라 시대를 다루고

유서는 나머지 부분을 채워서

방대한 자치통감이 완성되었다

 

오늘날 베이징 사고엔 세사람이 초고를 쓰고 이를 다시 10분의 1의 분량으로 압축한

자치통감 원고가 남아있다

사마광은 한자 한자 혼신의 힘을 다해 전체 자치통감을 교감하고 주석을 달았다

 

세 사람이 뒤진 원 사서는 황실 도서관 전체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서생이 되기는 어렵지 않으나 글읽는 사람이 되어

후세에 전할 책을 남기기는 어렵다

 

자치통감은

조선시대 고급관리 임용시 수험서 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정치의 일선에서 활약하는 고급관리들의 수험서는

성문종합영어 수학의 정석 행정학 법학 경제학등이다

 

허구헌날 시간을 물쓰듯 써가면 살다 보니 어느덧

눈이 침침한 나이가 되었다

더 침침하기 전에 자치통감을 한번 읽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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