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 그 흐드러진 벚꽃....

guem56 2010. 6. 9. 11:31

춥더니 더운 여름이다.

몇 년 전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에 벚나무가 자라더니

벌써 버찌가 꽤 많이 열렸다.

 

따는 사람이 없는지 그대로 달려있다가 바닥에 떨어져 지나는 행인의 발에 밟혔는지 시멘트 바닥이 검붉다

 

유치리 매산초등학교

시동장터를 바라보는 울타리 쪽엔 벚나무가 유장하게 자랐다

 

더러 625전 식민지 시절에 심었다고도 하고, 나무 굵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수 십 미터 늘어선 벚나무로 아이들은 늘 올라갔다. 벚나무 가지와 잎에서 숨어서

 

아이들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가지를 타고

원숭이처럼 건너서 수십 미터를 하늘에서 이동했다

내 친구 현중이가 그걸 참 잘했다. 날다람쥐 같았고 지금도 그 장면이 기억난다

벚나무 열매는 엄청 열렸다

 

한창 흐드러지게 열릴 즈음이면 학교 선생님들이 나무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동네 청년들이 지나가다 지게 작대기 같은걸 던져 올리면 벚나무가 흔들리면서 버찌가 떨어졌다

 

구경하던 아이들은 흙바닥에 떨어진 버찌를 정신없이 주워 먹었다.

입안에 잔모래가 들어가도

버찌 물이 들어 혓바닥이 새카맣게 되어도 열심히 버찌를 주워 먹었다

달고 맛있었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강릉 경포며

속초 설악산 가는 길이며 벚꽃이 핀다고 하고 벚꽃 구경을 간다고

버스가 떠나거니와

 

나는 어딜 가도 내 어릴 적 그 흐드러진

유치리의 벚꽃이 눈에 어려 벚나무를 보면 그래 슬프다

 

 

그 많던 벚나무는 1970년초 어느 해 봄에

새로 교장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다 잘려 버렸다. 높던 미루나무도 베어지고

운동장에선 그늘이 사라졌다.

 

세월이 더 흘러 나는 작년엔가 그 교장선생님도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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