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유치리의 봄

guem56 2010. 3. 11. 18:52

 유치리

초등학교에서 앞을 내다보면

금은산이 보인다

 

그물처럼 생겨서 그물산이라고도 하고

그 산에 여름엔 도깨비불이 번득인다고 했다

 

그 산을 넘어가면 횡성 풍수원 성당이 나온다는걸

오랜 세월이 지나서 알았다

 

금은산 아래

큰 저수지 작은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물이 흘러

유치리 들판으로 나가고

 

시동장거리를 지나 양덕원으로 내려간다

 

유치리의 봄날인지 여름날인지

이른 아침

 

동네 아재들이

밤에 잡아온 고기들이

종두레에 담겨 우물가

고인 물에 담겨 있다

 

기름 먹인 홰를 들고

족대를 가지고

캄캄한 밤

개울로 나갈 적에

 

따라 가고 싶은 마음

무서운 마음 겹쳐서

아침을 기다렸고

 

숨이 가빠

배를 하늘로 뒤집은

물고기가 그득한

종두레 안을 보노라면

 

이 많은 고기를

어째 잡았을까

마냥 들떠 있다가

그날 저녁

고추가루 얹혀서

바짝 졸인

작은 물고기 반찬을

먹으며

 

또 한 밤이 지나가던

유치리가

꿈처럼 눈에 선하다

그 아재들은

지금 다 어디에서 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