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심어놓은 치자나무가 흰 꽃을 피운 때가
오월인지 유월인지 가물가물하다
꽃잎이 누가 잘 접어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포개있고 향은 짙다
어렸을 때 읍내 중국집에 들어가 달달한지 시큼한지 생전 처음 맛보는
짜장면 옆에 놓인
다꾸앙(그때는 다 일본말로 불렀다....단무지)
그 노란 무가 낯설었는데
며칠 전 마트에서 치자 물들인 단무지를 보았다
역사란(易思蘭)이란 의사가 하품을 하고 입안이 머르며 차가운 물을 찾고
음식을 잘 안먹는 부인을 치료하면서 이런 글을 남긴다
口乾飮冷者 火熾于上也
飮食不進者 火格于中也
肌消骨露者 火氣消爍也
不治其火 血氣何由而平
故用山梔去三焦屈曲之火
人蔘 麥虋冬 收肺中不足之金
烏梅酸以收之 火勢旣降 金體自堅矣
여기엔 음양오행의 이치가 들어가 있고
문자가 다르고 병에 대한 묘사가 낯설어 무슨 뜻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음양오행을 미신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은 세상인데
음양오행이 꼭 들어맞지는 않을 수 있으나
전부가 다 구름잡는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입이 마르고 찬것을 마시면 화가 위에 치성한것이고
음식을 들지 않음은 화가 가운데(위장쪽인지?) 이른 것이며
피부가 상하고 뼈가 아픈 것은 화의 불기운이 피부와 뼈를 태우듯 하여 기운을 빼앗는 것이다
치자는 삼초의 화를 없애주고
인삼과 맥문동은 폐의 부족한 금기운을 거둬준다
오매는 신맛으로 (내보내기 보다는 어떤 기운을) 거두어 주니
금의 본체는 스스로 굳세어진다
이렇게 얼기설기 아쉬운 대로 이글을 이해하면
뜨거운 불기운을 다스리면 금체가 안정이 된다는 말이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금의 경락은
폐와 대장이다
입이 마르고 위열이 있을 때 폐의 기운을 바르게 하면 그 병이 낫는다는 말은 차원이 높은 이야기이며 그 말을 믿고 그에 따라 약을 구성해서 병을 고치는 것은 명의의 영역이다
치자는 청열사화 그러니까 열을 내리고 몸이 더워서 답답한 증상을 해소한다고 본초서에는 적혀있다
위에 열이 많아 늘 찬 음식을 찾고 화를 잘내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시달리는 위염 식도역류 그런 증세에도 치자는 적용되며
피부발진이나 소양증에도 효험이 있다.
기름진 안주와 술을 많이 마셔 소변이 시원하지 않은 증세에도 쓸 수 있다.
오피산이나 팔정산의 효능을 치자가 담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약이란 여러 약재의 조합과 강약의 조절이 절묘해야 하고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치자를 물들여 음식을 만들건 옷의 염료로 쓰건 그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치자를 단방으로 쓰는것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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