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경춘선은 사라지고

guem56 2010. 11. 3. 17:53

 서울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에 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한 때

퇴계원이며 화랑대며

역마다 기차가 서던 비둘기시절이 있었다

 

공지천의 안개가 스며들어

물기가 촉촉한 춘천역에서 기차를 타면

칙칙폭폭 소리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기차 바퀴가 느릿 느릿 돌고

 

신남 강촌을 지나면

비로소 눈에 덜 익은 경기도 땅이었다

 

북한강을 내다보며

사람들이 빼곡한 자리에

엉거주춤 서서 가다보면

서울에 내릴 즈음

목덜미와 옷색갈이 거므스름했다

 

아마 석탄은 아니고 디젤기름을 때서 가는 기차라

매연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을 드나들면서

어느 핸가 무궁화 호가 들어섰고

기차는 깨끗했으며

숱한 간이역을 그냥 지나가기 시작해서

서울도착은 빨라졌으나 운치는 줄었다

 

어느 해 여름

캠핑과 동아리 가는 대학생들로 꽉찬 비둘기 호에

서울로 장보러 가는 아저씨 한 분이 중간에 올라오셔

열차 복도에 곡식 자루를 깔고 앉으사

 

땅콩과 과자를 파는 손수레를 불러

달걀을 사고 소주 한병을 꺼내시더니

천천히 종이 고뿌에 소주를 마시며

창밖을 보시는데

시간이 멈춰선듯 복잡한 중에 고적하더니

어느덧 차는 서울에 섰고

 

느릿느릿 여러 짐을  내리던 그 아저씨의 모습이

기차가 바뀌면서 아득했는데 이제 전철이 들어서면

차안에서 맥주 마시는 모습도 강물에 흘러가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