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병과 치유)

가혹행위 307전경대 <seize>

guem56 2011. 1. 25. 15:56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맞고 자랐다

 

1972년 어느날 영어시간에

정운길 영어선생님이 숙제로 교과서 내용을

서너번 써오라 하셨으나

 

그 전번 시간에도 검사 없이 통과된 적이 있으므로

그냥 갔다가

 

백묵가루 떨어지는 교단위 칠판을 짚고

엉덩이를 엄청 세게 두드려 맞았고

 

1974년인지

그 함자 영원히 기억되는

정경상 사회선생님한테 이분은 ROTC출신이라 가끔씩

예비군교관으로 가시는 날 오후 내지 오전은 군복을 입고 오셨는데

 

얄강얄강한 플라스틱 봉으로

학생들의 손을

앞으로 나란히 내놓으라 하시고

 

그 때 손바닥은 교실 바닥을 향했다

 

손톱위 손가락을 지름 0.7미리정도로 판단되는 그 플라스틱 파이프로

 

손가락의 등을 톡톡 치셨는데

그 아픔이 수십년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외 원산폭격은 억수로 했고

팔굽혀펴기는 군대 포함

뻥을 섞자면 10만번은 한거 같다

 

강원도 치악산 원주 횡성 어름에

신성한 병역의무를 치르러 온 젊은이

307전경대가 있었는데

이 부대는 숱한 가혹행위로

이름을 천하에 알린 유구한 전통이 있거니와

 

오늘 강원도 일간지에 첫머리 기사로 난 내용을 보자면

 

마치 흥부뎐에서 놀부가

사람 골탕먹이는 다채로운 수법을 소개한

고전소설을 보는거 같거니와....................

 

세수할 때 거울 못 보게 하기

버스안에서 등받이에 못 기대게 하기

댐배를 피울 때 줄을 맞춰 담배연기를 아래로만 내뿜게 하기

동기들끼리 대화는 물론 눈동자 돌리지 못하게 하기

 

이름 대신 욕설로 불러도

관등성명을 대게 하기....

 

내가 군대 있을 적에

다른 부대에서 어느날

병장과 일등병 두 사람이 업무로 우리 부대로 왔다

 

어떤 공간안 사무실에서

그 병장과 일병은 30분 머물다 갔는데

 

병장은 계속 일병을

욕설로 부르며

뺨 앞으로 뺨 앞으로 하고는

자로 뺨을 탁탁 반동을 줘가며 튕겼다

 

일병의 뺨은

붉게 물들었으며

그래도 일병은 감정을 떼어낸

표본실의 개구리처럼 무표정하지만

 

신속한 동작으로 뺨을 계속 가져다 대었다

 

나는 그 병장 놈이 순간 거머리새끼같이 느껴졌는데

계급이 나보다 높고

다른 부대원 일이라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그때 군대에선 그저 주는거 먹고 하루 잠을 자고 나면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돌아간다 하면서 지낸듯 하다

 

나도 그런 부류의 졸병이라

나라를 용감하게 지킨줄 아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지금도 혈세로 밥만 축낸거 같아

뭉게 솟아오르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시민 일부는

터지고 깨지고 벌받으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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