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룡부대노래 베트남의 추억<trente et un>

guem56 2011. 2. 22. 16:15

월남의 하늘아래 메아리치는

귀신잡는 그 기백 총칼에 담고...

....

청룡은 간다

 

뜨거운 여름 햇볕이 커다란 미루나무 그늘아래

매미소리와 날아드는 풍뎅이 날개 치는 소리에

눌리는 저녁 무렵 바람이 산들불면

청룡가를 부르며 날마다 놀던 그 매산학교 운동장을 나와 집으로 가던 때

머릿속에 늘 맴도는 사람은 강재구 소령이었다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부하들을 구하고 산화했다는 용감한 군인

산화의 뜻은 모르고 말뜻을 모르면 창피하니 아는 체 하며 지내던 날

이인호 대위의 소식이 왔다

 

월남의 어느 동굴에서 베트콩을 잡으러 들어갔다 날아오는 수류탄을 다시 집어던졌으나

또 다시 수류탄이 날아와 이번엔 강재구 소령처럼 몸으로 덮어 장렬히 산화했다는 이인호 대위

끝없이 학교 가면 교실에서 그 이야기가 들렸고 어린 애들은 일부러 돌이 굴러오면 수류탄처럼 생각하고 그 위에 엎어지는 시늉을 하며 여름이 갔다

 

세월이 한참 흘러 내가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야

시동에서 멀지 않은 홍천 북방의 훈련장에서 강소령이 사망한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강재구 소령 유적지를 알리는 간판을 보며 그길을 지나다녔다

이제는 고속도로가 나서 홍천 국도를 가게 되질 않는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잡지를 보다가

베트남 퐁나게방 국립공원(Phong Nha-Ke Bang)국립공원의 항손둥 자연동굴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이인호 대위가 전사한 뚜이 호아지역보다 한참 북서로 올라가 라오스와 접한 퐁나게방엔 곳곳에 물고기 사는 연못이 평화롭게 점점이 놓여 있었다

그 연못은 미군폭격기의 투하폭탄으로 생긴 흔적이라 한다

 

전쟁은 속절없이 역사가 되고

어린날 한없이 증오하던 베트콩들은 이제 한국관광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을 테고

 

요즘도 나는

가끔씩

 월남 다녀온 내 군대시절의

성함은 이제 잊어버린

오대대장님과

방상사님의 얼굴을 희미한 기억의 연못에서 선명하게 떠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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