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알튀세르의 편지<Soixante-quatre>

guem56 2011. 5. 31. 13:46

1980년대에 문학과 지성이란 잡지가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나는 서점에 잘 가지 않아 모른다

 

그 잡지 뒤 편에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담배 피는 사진과 함께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La barbarie a visage human)이란 책의 책광고가

늘 실렸다

 

그 책은 레비(1948년~)가 설흔살도 되기 전에 펴내서 온세상으로 퍼진 책이다

 

뉴스에 보면 레비는 이제 환갑이 지난 프랑스의 대철학자로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대통령 사코지를 설득해서 나토의 폭격이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레비는 알제리 출신이고 그가 프랑스고등사범학교에서 공부할 때

그를 가르친 철학자 루이 알튀르세도 알제리 출신이다

 

알튀르세(1918~1990)는 마르크스주의자 구조주의자 여러 가지 수식이 따라다니는 철학자이다

 

알튀르세는 독일침공당시에 프랑스군으로 있다가 포로가 되어 고생을 많이 했다

전후 풀려나면서 몸에 병이 많아서 전기충격요법까지 받았으며 육체만 쇠약한게 아니라

우울증같은 정신질환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알튀르세와 레비의 학문 연결통로에는 키에르케고르 후설 마르크스가 늘 따라다니고

도대체 알멩이가 무언지 알기 힘든 구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나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뽑던 유신시대 그 바로 뒤 국풍시대에

문학과 지성 잡지를 보면서 구조주의라는 말에 주늑이 들어 있었고

 

 

당시 연탄 때는 집에 살면서 내가 야만인인데..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은 나를 말하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레비의 책은 읽지 않았다

책값이 없었을뿐더러 사실 제목 자체가 이해가 안가서 피했다

 

오늘 잡지를 보다 보니 알튀르세가 그의 부인인지 Helene Rytmann(프랑스어 발음을 몰라 그냥 알파벳으로 옮겼다)여사에게 1947년부터

1980년까지 33년 동안 보낸 편지집이 나왔다고 한다

 

우체국 소인이 찍힌 그 편지 겉봉들이 보인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

메일을 받고 보내며 그 메일들은 해를 넘기지 못하고 휴지통을 거쳐 삭제된다

종이가 컴퓨터보다 생명이 길다는 사실을 늘 확인한다

 

종이에 글씨를 써서 보내는 편지가 사라진 오늘날 너나 할 거 없이 마음이 급해져서

마우스 누르는 시간도 천년처럼 길다

 

우리는 인생 100년이 순간순간 바쁘면서

쌀과 물을 먹다가 어느날 뜬금없이 떠난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채 병원을 거쳐 몸은 사라진다

 

메일로 보낸 편지는 이미 지워져서 우리의 흔적은 이 지상에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