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솔제니친<Soixante-neuf>

guem56 2011. 6. 4. 14:30

소피아 로렌

눈이 크고 입술도 크다

 

엘 시드(El Cid)에서 찰톤 헤스톤과 연인으로 나왔다

어쩔수 없는 정황상 아버지의 죽음을 부른 사람과 갈등 끝에 나중에 사랑했고

마지막에 그는 전쟁중에 죽었다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에 1970년 등장했고

이 영화는 실제 소련에서 촬영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 상영되었고

 

나는 고등학교 다니던 때

소련 모스크바인지 거대한 축구장에서 경기에 열광하는 소련 인민을 보면서

그리고 넓은 해바라기 밭

웬만한 수준 마치 미국사람처럼 살아가는 소련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영화속의 남녀 주인공의 생이별과 결국 갈라서야 하는 운명은 뒷전이고

만시니의 아름다운 음악도 귀에는 오래 남았으나

영화관 속에서 본 공산주의 나라의 땅은 내가 배우고 들은 세계와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다

 

이 영화를 지금은 사라진 육림극장에서 관객이 거의 없이 혼자 보았다

그래서 그 극장안에서의 머릿속 어지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 무렵 나는 <이반 제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다

이 책은 유신시대였던 이 땅에서 공산주의의 가혹성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동사무소 학교에 보급된 책이었다

 

소설속의 주인공 <슈호프>는

하루 종일 약간의 재수가 터져 먹을 것이 두배가 되었다

따듯한 스프와 빵인지 그날 따라 일도 적도 배도 불러서 행복한 날

 

그 하루가 이 소설의 전체다

 

갖가지 이유로 머나먼 유형지에 온 죄수들은 고급장교도 있었고 다채로운 직업이었으나

이 감옥안에서는 그저 하루 하루 추위와 노역을 견디고 따스한 스프와 딱딱한 빵한덩이를

안전하게 뱃속에 집어 넣는것이 하루 인생의 목표였다

 

책은 지루했으나 읽을 만했고

편지 한통 잘못하고 말한마디 잘못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갑자기 유형지로 온 사람들의 사연은

늘 학교에서 배운 아오지란 이름을 연상시켰고

자유대한의 품에서 월남같이 어리석게 망하지 않고 든든하게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하여 해바라기의 충격은 많이 완화되었다

 

세뇌란 이렇게 서로 서로 음양의 세력이 밀려오고 밀려가는가 보다

 

솔제니친은 어느 핸가 미국으로 갔다

가끔씩 신문 잡지에는 그의 소식이 실렸다

미국 버몬트 카벤디시(Cavendish)작은 마을에서 그는 안식을 가졌으나

조국 러시아의 소식은 그를 편하게 하지는 않은 듯 했다

 

베를린의 벽이 사람들 손에 잡힌 망치에 의해 헐리고 나서

그는 조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뉴스에 한창 나왔다

 

젊어서 이차대전시절 독일군과 싸운 소련 장교였고

역시 편지에 스탈린을 깎아내린 듯한 구절 이른바 소련보안법 58조 위반으로 그는

낯선 땅 카작스탄의 카라간디수용소에서 8년세월을 썩었다

그의 경험이 이반 제니소비치의 삶과 닮은 꼴이었다

 

도스토에프스키처럼 그는 나에게 어렵지 않았으나 무게 있는 지식인이었다

러시아를 생각하면 그의 삶을 생각했다

 

백석

그가 북한에 남아 60년대 이후 푸시킨의 시들을 번역했다

한두편이 아니고 수백편을 한글로 옮겼고 그 글들은 이제 내가 구할 수 있다

 

나는 그 책을 아직 볼 수 없다

설레이고 들뜬 마음은 잠시 더 길어도 좋다

 

나는 내년이나 그 이듬해를 기다린다

나는 러시아로 간다

그렇게 타보고 싶었던 라라의 기차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몸은 못타도

내눈은 러시아 어를 읽혀

 

푸시킨의 시를 읽을 것이고

백석의 글과 맞추어 바둑알을 기보와 맞추듯이 어느날 오후 빈 집에서

한그릇 마파두부탕과 마오타이주를 곁들여 나는 시베리아로 갈것이다

 

체호프의 소설을 뒤적이면서

메밀꽃 필무렵으로 남은

이효석이 그렇게 동경했던 그 뻬쩨르부르끄

머나먼 북으로 갈것이다

 

눈의 나라에 가면 보드카가 있다

사탕무우 물을 넣어 끓인다는 보르시를 만들고

또한 딱딱한 빵과 훈제 생선을 곁들어 보드카를 마실 날을 나는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