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쇠똥구리<Soixante-vingt-six>

guem56 2011. 6. 25. 11:36

 

비가 오면 개미들은 바쁜거 같다

이건 내 생각이다 나는 개미의 생태를 잘 모른다

 

매화학교 옆에 살 때는 보리밭을 지나 집으로 왔다

 

더운 여름날엔

날개 달린 개미들이 날아다녔다

 

개미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온 요즘이나 나는 개미의 생태에 관해 책을 아직 못 읽고 있다

 

 

파브르 곤충기

어느날 봄내로 이사와서 강건너 중학교를 다니면서

파브르 곤충기를 만났다

 

그 책은 그 당시 독후감 대회인 자유교양도서로 나와서

거기 나가는 방편으로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셨다

 

그때 열세살인지 짧은 인생에서 가장 지루한 책이었다

 

그때는 지루하기도 했고 도대체 파브르란 사람은 이런 책을 왜 지었는지

그걸 도저히 이해를 못했다

 

 

쇠똥구리 어릴 적 살던 유치리에 지천이었던

그 쇠똥구리가 쇠똥을 얼마나 왕성하게 먹어대는지

그리고 힘이 장사여서 자기덩치보다 훨씬 큰 쇠똥을 이리저리 옮기고 다니는지

그런 이야기였던걸로 기억한다

 

 

매미 이야길 거기서 읽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매미가 오래 오래 땅에서 살다가

단 며칠 1주일인지 지상에서 실컷 운다가 죽는다는 것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내 삶이 힘들었을 때 매매는 엄청난 수년 고생을 하다가 일주일인지 보름인지 울다가 죽는다

사람도 그와 같아 고생을 오래 한 끝에 낙을 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각이 달라졌다

 

매미가 벌레로 땅속에서 살 때 더 행복한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마치 남화경(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거북이나 새를 잡아서 좋은 자리에 앉히고 제를 지내면

그건 인간한테는 좋은지 모르나 동물은 차라리 숲으로 가는게 낫다는거

 

 

내마음이나 내생각으로 자를 만들고

그 자로 세상을 재는 버릇이 있는한 깨달음은 요원하다.

 

 

파브르는 백세를 바라볼만큼 장수하였고 곤충과 식물을 자세히 구경하였으니

아름다운 숲을 평생 거닐다가 늘 소풍을 하다가 먼나라로 간 사람이다

 

 

내가 파브르의 숱한 글을 다 읽을 수는 없으나 언젠가 그의 책을 내손으로 사서

어떤 곤충이나 식물을 읽어서 자연의 귀한 모습과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사람에게만 있는게 아니란걸 확인하고 싶다

 

세월은 기억의 빛을 흐리게 한다

사마귀의 생태에 대해 내가 약간 아는게 있는 것이 있었는데

사마귀가

암사마귀인지 수컷을 잡아 먹는다는 섬찍한 이야기

 

그걸 강건너 중학교 다닐 적에 아무래도 파브르곤충기를 통해 알았는지

그게 가물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