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 그 황금색 벌판 그리고 메뚜기

guem56 2010. 3. 12. 13:21

금은산 자락 상화터 마을에서

졸졸 흘러 들어오는 물이

큰 저수지 작은 저수지를 이루고

 

그 맑은 물이 흘러

유치리와 시동리의

황금 들판에 누런 벼이삭을 출렁일 제

 

숱한 메뚜기 들이 들판을 덮는다

오뉴월에 시작된

한여름의 개구리 울음이 자리를 물리고 나면

 

메뚜기들이 초록의 겉옷을

누런 벼색깔로 바꿔 입고

들판에서 볏잎을 갉아 먹는다

 

농약이 없던 시절

허수아비 사이로

아이들이 메뚜기를 잡으로

논으로 스며들면 그때가 가을이다

 

나락을 떨군다고 어른들은

걱정이 태산이나

아이들은 집집마다

울타리 옆에 누인 소줏병을 손에 들고

 

메뚜기를 잡는다

메뚜기는 두마리가 엎인 쌍메뚜기가 인기이고

커다란 방아개비를 만나면 신이 더 난다

 

저수지 아래 질펀한 논과

매산학교 앞 버덩말의 메뚜기도 잡다 잡다 시들하면

산 위쪽 높은터

돌배나무

 

그 위 논까지 메뚜기를 찾아

점심도 잊어먹고

허기를 벗하여 빈 병을 가득 채운다

 

하루 지나서

메뚜기는 검은 배설물을 점점이 남기고

맑은 물에 헹구어지면

기름에 달달 볶아

세상에 둘 도 없는 고소한 맛이 되어

반찬이 된다

 

때로 단단한 메뚜기 다리에

잇몸이 찔려가며 아이들은 마냥 즐겁고

어른들도 그 맛에 취할 따름이다.

 

...........................................

 

강산이 두어번 변한

21세기

치악산 아래 어느 주점에서

그 주인아저씨가 메뚜기 잡이를 좋아하사

농약이 없다는 어느 깊은 산자락 논에서 잡아 놓은 메뚜기를

안주로 내 놓으사

가슴이 먹먹하게 그 옛날

유치리의 메뚜기를 생각하며

추억을 먹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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