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올챙이 묵

guem56 2010. 3. 13. 10:48

아지랑이가 피어나며

유치리의 봄은 시작된다

소가 밭을 갈고

논에서 써래를 끌면

 

산과 들에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

끝없는 농사일이 시작된다

 

비닐이 없던 시절

밭에선 김을 매야 하고

논에선 피를 뽑아야 하며

그리하여 눈이 내린 엄동을 빼곤

늘 일손이 달리고

마을 사람들이 서로 서로 일꾼이 되어

품앗이를 한다

 

농부들의 아침은 늘 새벽이다

새벽에 헛기침 소리가 들리면

서너 사람씩 모여

논으로 나가고

 

아직 어둠이 짙을 새

마루와 부엌에선

어제 밤부터 돌던 맷돌에서

체로 뭔가 걸러지고

 

맑은 물 위로

꼬물꼬물 헤엄치는

노란 올챙이 묵이 나온다

 

일꾼들의 제누리 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누리란 새참의 유치리 시동리 말이다

 

간장이나 열무김치 해서 먹는 올챙이 묵

심심한 채로 먹고 나면

입안에 긴 여운이 남는

강원도 홍천 음식

 

세월이 흘러

지금은 없어진

봄내시

육림극장 올라가는 고개에

금 이천원에 양재기로 하나 올챙이묵을 담아서

열무와 내놓기도 하고

 

정선 오일장에서

서울 사람들이 먹기도 하고

 

횡성 장에서 부침개 파는 난전에

어떤 아주머니가

고무대야에 한가득 실고 온 올챙이 묵을

이리저리 서서

장손님들이 먹기도 하고

 

불각루하
(不覺淚下)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던가

 

그 옛날 올챙이 묵이 생각나서

한참 서서 뜸을 보다 사먹었거니와

 

맛도 옛맛이 있기는 한지

가물가물한데

한없이 아쉬운건

이건 올챙이 모습이 아니라

국수 모양이라...

 

나무 쌀 됫박 같은 네모에

바닥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은 철판 사이로

시냇물에 풀린 올챙이 처럼

꼬물거리던 그 모습이

눈에 삼삼하여

눈물에 겹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