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
어제가 천년 뒤의 일처럼 아득하기도 하고
내일이 먼 날처럼 안개 속이라
또한 답답한 오늘을 산봉우리에 올라
내려다 보는 듯도 하여
갈까 말까 망설인 날이 한참 쌓이고 나서야
나는 바다에 갔다
벗들과 와서 갯배를 타던 곳
리유와 저녁을 먹던 집
여러 번 자리했던 영금정
동명항 횟집들
숱하게 왔건만
바다빛은 늘 색이 조금씩 다르고
바다를 벗어날 때 아쉬움은 한뼘도 줄지 않는다
나는 미시령 넘어 봄내 가는 길
그 시간에 깨어있는 것이 힘들어
파도소리에 소주를 마시고
버스안에서 생각을 잠재웠다
가을이 되거나 겨울이 오면
다시 여기를 오고 싶어하리라
세상엔 불확실한게 많아도
꼭 맞는 예언
재생되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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