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인생삼락<Cent 100>

guem56 2011. 7. 8. 09:54

여름날 비님이 계속 내리신다

새벽 빗소리에

깊은 잠이 달아나

 

그 옛날 시골 집

초가지붕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에

낮 비행을 포기하고 오래 배고픈 듯한

제비를 생각한다

 

새는 비가오면 위장이 쉬는 듯 한데

사람은 끊임없이 먹어댄다

 

설핏 잠이 들고

오래 되었으나 또렷한 기억

 

뭇산과 호수 바다를 건너

천문산 만장봉 백운대

 

넓은 바위자락에 사뿐이 앉아

송이주를 기울였다

 

세월이 20년이 흘렀다

눈이 부시던 얼굴엔

잔주름이 피어올랐다

 

사형을 떠나 남으로 간지 20년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책이 많은 서점

북적거리는 음식점 거리 많이 가보고도 싶었다

 

늘 바라보느니 파도와

뒷산의 녹음

세상이 그립더니

한때는 거기를 떠날까 저어했고

 

이젠 마음의 높낮이가 거의 사라졌노라

 

아침에 일어나

칼을 잡고 음식을 만들면 그게 기쁘고

 

술잔을 잡아 마음에 흥이 일면 한층 더 기쁘고

 

그 흥이 깨어지기전에

붓을 잡아

난을 치면

낮이 밤이 됩니다.......

 

 

빗소리는 잦아들었고

꿈에서 벗어나

나는 아침 칼을 잡고 양파를 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