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병과 치유)

멍하이 보이차<Cent vingt-cinq 125>

guem56 2011. 8. 12. 14:23

덥고 습한 날이다 보니

추운 겨울이 언제 있었던가 싶은데

지난 겨울 어떤 날 이른 아침이면

보이숙차를 넓적하고 큰 덩어리에서 떼어내

뜨거운 물에 서너 번 우려 나도 차를 마시고 지냈다

 

초의선사 시집 뒤편에 달린 동다송을 얼핏 본 적도 있고

남송의 충신 육유가 평소 차를 마시고

역시 다경을 남겼다는 이야길

진작에 들었으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일회용 녹차를 더러 마시기는 했으나

차를 넉넉히 내손으로 마신 적은 없었다

 

커피는 전혀 안먹고 살았으나

한 사무실에 붙박이로 일하면서 뭐든 가까운데 있으면 저절로 물이 드는지

이젠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된다

 

집에 있던 보이차병을 싼 종이에는 맹하(勐河 멍하이)란 말이 쓰여있다

그쪽 방면에 아는게 없던 나는 멍하이가 무슨 뜻인가 했었는데

보이(푸얼)시 남쪽 미얀마 국경지대에 멍하이현(縣)을 탐방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사면이 산속이고 녹음이 우거진 저런 곳을 보면

두가지를 생각한다

 

날씨가 습하고 혹시 날벌레 같은게 많아 답답할거 같은데

추운 겨울 없어서 불 안피고 잠자서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미얀마 사람과 같은 민족계열인지

아무튼 거기 사는 다이(傣)족 사람들의 얼굴은 순진하고 밝다

 

코끼리가 산다는 아열대 동식물의 낙원

시솽반나 다이족 자치주는

멍라현 징훙시 멍하이현의 3지역이고

인구는 90만쯤 되며 멍하이현에는 30만의 다양한 종족이 공존한다

 

크고 넓은 이파리의 차를 차나무에서 따서

손길과 기계작업을 거쳐 찐 차잎을 압축하면 차병(茶餠)이 된다

 

커다란 규모의 차창(차제조장)에서

한때 짙은 녹색이었던 차잎들은 열(熱)을 머금고 나서

 

서로 얽혀 압축되고 만리 여정을 떠나

더러 차마고도의 말위에 짐으로 앉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타국으로 가기도 한다

 

차 한잔을 천천히 마시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도 없이

나는 무슨 일로 훠이훠이 바쁘게 사는지

중학교 시절에 공부를 야무지게 못한게 원죄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