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제비집 <Cent soixante-sept 167>

guem56 2011. 10. 26. 10:36

겨우내 외양간에서 웅크리던 소가

쟁기를 끌면 땅은 아지랑이 같은 땅숨을 토해내고

해가 길어질 때 제비는

유치리 내집으로 온다

 

시동사람들은 다른 새는 다 쫓아내고

겨울엔 참새를 잡지만 제비는 건드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행여 제비에게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면

할아버지들의 불호령을 맞는다

 

제비는 상서로운 새이고

당시 유치리의 할아버지들은

동네 그 누구라도 젊은이거나 아이들에게 호통을 칠 수 있는

절대권력이 있었다

 

특히 현중이 할아버지 용사식옹은 위엄이 있었다

사십년 전이지만 그 할아버님의 포쓰를 나는 새벽일처럼 기억한다

 

큰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던 여름이 가고

먼산 금은산 아래 저수지 문이 꾸욱 닫히면 가을이고

제비는 더운 여름인지 초가을인지 슬며서 떠났다

 

봉당위 처마아래 덩그라니 남은 제비집을

사람들은 헐지 않는다

저절로 허물어지는지

아니면 지저분해서

누군가 할아버지께서 슬며서 털어내셨는지

 

그 제비집이 남아있을때 그 쓸쓸함의 농도는 대단히 짙다

 

새해가 돌아온 징조는 유치리엔 백가지가 넘으나

작년 그 제비집 자리에 다시 날씬한 제비 한두마리가 와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곧 그 자리 혹은 옆자리에 집을 짓는다

 

제비는 새끼를 낳고 새끼가 자라면

제비가족 누군가는 집을 나가는지 마리수가 잘 맞지를 않고 그러다가

힘차게 마당을 왔다갔다 하는 나대는 동작이 보일라치면 그게 제비가

강남으로 간다는 신호이다

 

홍콩이나 타이완 상해 베이징 중국사람들

샥스핀 요리도 좋아하지만 제비집요리를 선호한다

 

예전엔 바다 근처 동굴안에 높은곳 거기

바위절벽에 걸린 제비집을 사람들이 올라가 따냈는데

요즘은 제비집도 양식을 해서

말레이지아엔 대규모 제비 사육장이 있고 거기서 제비집이 대량으로 나와서

중국으로 수출된다

 

샥스핀의  주인인 상어는 바다의 최상 포식자라 수은이 과다하게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제비집은 가공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질산염(아마 중국에선 아초산염으로 표기하는 모양인데)이

첨가되거나 자연발생되는가보다

 

중국은 올가을 아질산염이 많다는 이유로 제비집수입을 금지했다

그 경제여파는 크다

 

인터넷에 보면 상어지느러미 요리나 제비집요리가 달걀정도의 영양가라는데

사람들의 입맛이 그걸 찾는건지 높은 값이라 허영심이

소비를 부추기는건지도 모르는데

 

지느러미가 댕겅 잘린 큰 몸집의 상어도 불쌍하고

닭장같은 사육사에서 집을 지으면 그 집을 앗기는 제비도 보기에 좋은건 아니다

 

나는 제비가 집을 지으러 먼 강남(여기가 태국이라고도 하던데)에서 온다던

그 동화를 읽고 그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나던

70년대의 봄에 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