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로버트 레드포드 도박농사<Cent soixante-douze>

guem56 2011. 11. 1. 11:40

한강 마포 나루에 담담정(淡淡亭)이 있었다

만권서를 읽었고

불세출의 명필이었던 안평이 여러 선비들과

한강의 푸른 물을 보던 곳인데...

 

버드나무 늘어서고 꽃 한송이

봄날 담담정 서편에 해는 떨어지고

 

수주양류일지화     數株楊柳一枝花

담담정서춘일사     淡淡亭西春日斜

 

유득공이 담담정이란 시에서 이리 읊었다

오늘날 한강 가의 버드나무는

양안의 굵직한 아스팔트 길 사이에 어쩌다 보인다

 

안평의 휘하에서 아낌을 받았던 신숙주는

수양에게 꼬리를 흔들어 영상의 자리를 꿰차고

담담정도 하사받았다 하던데

그 자리에서 편하게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사라진 약사리 고개 육림극장

거기서 폴 뉴먼과 로버트 레트포드의 스팅을 본듯하다

 

예전에 영화관 머리위에 그림이 걸렸다

대형 그림 속의 두 배우는 모자를 쓰고 걸빵 바지를 입고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자막엔 글씨가 많고

화면은 자주 바뀌어 어린 나는 영화의 스토리를 잘 이해를 못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반전이 되는 줄 모르고

 

어찌 이야기가 흘러가나

머릿속에서 생각이 이리저리 헤매다가 끝무렵에

모든게 두 사람의 작업의 결과임을 알았다

 

이곳 신문에 도박농사라는 헤드라인이 떴다

 

강원도 농촌지역에선

돈 안되는 쌀농사를 포기하고

논을 밭으로 바꿔

배추나 고추를 심는데 이게 도박농사이다

 

쌀은 수매금이 낮던 간에 일정 보상이 되는데

노력에 비해 돈이 워낙 적으니

 

벼농사 포기하고

배추나 무

아니면 고추를 심는데

 

가을에 종목마다 물량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더러 수지가 많고 더러 폭삭 망하기도 한다

 

작년에 배추 농사 지어 실하게 배추 건진 농부는 로또를 맞은 폭이 되고

올해 배추농사는 거의 망한 셈인데

올해 고추농사는 역시 로또가 된다

 

서너해 이거저거 야채를 심다보면

두세번 걸리고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한번은 대박이 되면

허리 구부려가며 여름 내내 살펴야 하는 논농사보다 훨 낫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다

 

누가 여의도나 월가에서 주식을 살 때

그 회사가 도덕성이 뛰어난가는 그리 따지지 않는다

철저히 수익성을 보는데

 

농부는 꼭 옛날 논이었던 자리엔 쌀을 뽑아내야 하는가?

농업이 언제부터 작목에 따라 윤리성과 도덕성이 부과되었던가

 

예전에 농부들은 물량이 넘쳐 밭을 갈아엎을라치면

슬퍼함이 하늘을 찔렀으나 이젠 그러지 않는다

 

사람의 심성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그만큼 세상이 팍팍해진거고

아니면 농부도 투자를 하는 거라 보면 된다

 

누군가 식량 안보를 말하기도 하고

주식과 부식

군대서 쓰는 말인데...

쌀과 밀가루는 국가 백년대계의 중추라고도 하나

 

자고나면 산이 깍여 골프장이 들어서는 판국에

농부보고 논을 주욱 살피라는건 말이 퍼석퍼석하다

 

왜정때는 호남쌀을 내지로 실어가고

불령선인들은 만주 콩을 들여다 먹었고

50,60년대에는

미국 밀가루가 남한 땅을 먹여 살렸다

 

그 고마움은 명나라 재조지은을 능가하기에

오늘도 우리는 더욱 애착을 가지고 영어를 2세들에게 가르친다

 

쌀이 줄어든들 무슨 걱정을 하랴

작년인지 강원도에 어린 아이가 단 한명도 태어나지 않은

면이 열개가 된다 하니...

 

쌀도 사람따라 줄어드는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