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고쿠리코 언덕에서 ... 느린 세상<Cent soixante-treize 173>

guem56 2011. 11. 1. 16:55

일본 애니메이션 제자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들었다는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몇 분간 적응하느라 힘이 들었다

 

화면이 휘리릭 지나가는 미국산 만화영화나 한국산 만화가 아니라

사람 걸음이 뚜벅 뚜벅 하는

 

이 방면에 지식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시간 단위상 화면의 양이 적어서 저러는 건지..

 

스피드에 쩔어서 약간 느리면 못보는 건지

아무튼 십여분 지나서야 영화속으로 들어갔다

 

고쿠리코 언덕의 집들은 가난했고

거리도 전후 일본이라서 그런지

배경은 다른 게 많지만 마치 옛날 한국의 마을 같기도 하고

 

우미와 슌이 다니는 학교는 더 고색창연했다

 

70년대 어느 한국의 중고등학교 강당이나 교사도

대개 나무판자를 얽은 바닥과 벽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런 과거의 학교 건물이 왜정때 들어선 것이었고

이 만화에 나오는 장면과 비슷할 수 밖에...........

 

옛날 내가 다니던 매화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에서

철필로 가리방을 긁었고

 

나 또한

미산에서 철필로 시험문제를 만든 기억이 있다

검은 잉크가 걸죽하게 반죽되어

둥그런 등사롤이 돌면

철필이 긁은 글자홈사이로 잉크가 새어나오고

 

누르딩딩한 종이위엔 그야말로 팔만대장경 목판이 새겨지는

그 느림의 세계를

고쿠리코 언덕에서 가사마 슌이 보여줄 줄은 몰랐다

 

원작 만화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 초의 요코하마라 하고

영화에서의 시대는 1963년이라 했다

 

이 영화엔 고등학교학생들이 니체에 심취하기도 하고

문예 음악  여러 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리고 학생 강연이나 학생회 활동이 나오는데

식민시대 일본의 교육방식이 한국에 남아선지..

학생들이 하는 학교생활이 그리 낯설지 않다

 

주인공 우미나 슌의 아버지들은 친구로서

세상을 떠났고 친구 세사람중 한 사람이 살아서 큰 화물 무역선의 선장으로 등장하는 듯 하다

많은 스토리가 담겨있고

그러다 보니 세세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그 아버지 세대들은 태평양 전쟁 당시는 어떤 역할이 있었는지 전혀 미지이고

다만 한국전에 배로 무언가를 한국으로 운송하다가

바다에 널린 기뢰에 다쳤다는 스토리를

나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정도에서 줏어 들었다

 

과거

태국의 파타야가 미군의 베트남 보급 전진기지로 개발되었고

역시 일본은 월남전 특수의 간접수혜자였는데

 

이땅에서 벌어진 625는 태평양 전쟁 직후 폐허의 일본이

재기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의 주제인 두 청소년간의 첫사랑이나

일본 학교의 고건물을 보존하는 노력에 박수를 쳐야 관객으로서 어울릴지 모르나

 

나는 오래 오래 착잡하였다

 

봄내시 위쪽 화천 파로호에 빠져 죽은 숱한 중공군 중에는 원래 조선 사람이 얼마인지 알수 없고

우리가 미국을 혈맹이라 부르는데

중국 사람들은 압록강 건너가는 긴 행로의 인민해방군 투입을 항미원조라 부른다

 

그때에 일본 배들은 부지런히 군수물자를 부산항에 떨구었다...

 

가을은 깊어가고 사념은 만리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