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앙드레 말로 ...청구서적 삼중당 문고 <Cent quatre-vingt-neuf 189>

guem56 2011. 12. 12. 15:53

요즘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부쩍 오신다는데

서해안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해경이 또 순직한

참으로 해괴한 사건이 있지만

 

봄내의 명동은 배용준 붐으로 일본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더니

요즘은 중국 사람들이 더 온다

 

관광으로 와서 돈을 풀고 가니 고마운 사람들이다

 

춘천에 약사리 고개가 있다

지금은 복개한 도로를 다시 열고 물길을 낸다고 하던데

이 고개 넘어 서쪽으로 오면

 

거버 이유식 빈병과

시큼한 올림피아? 맥주 그리고 여러가지 잡화를 팔던

양키시장이 있다

 

어두컴컴한 도로 가운데 좌판으로 이어진 그곳엔 군복을 물들인 옷과

구두 모자 등이 있었다

 

양키시장의 북쪽으로 오면 춘성군청이 있었고

지금은 춘성군이 시에 통합이 되었지만 그 흰 건물은

왁자한 시장 골목에 정적을 만들면서 위엄있게 서있었고

 

인접한 명동골목엔 서점 둘이 있었으니 학문사와 청구서적이다

 

오랫만에 춘천에 와보니 학문사는 사라졌고

예전자리에 버티던 청구서적도 어느날 햄버거가게로 바뀌었다

 

고색창연하게 버티기로는 한국은행자리 아래 독일빵집이다

요즘도 거기서 빵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나

예전 독일빵집에서 빵을 샀다 하면 꽤 귀한 선물이었다

 

청구서적에선지 200원을 주고 삼중당 문고를 산 적이 여러번 있는데

그중 한권이 앙드레 말로의 <왕도의 길>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 산듯 한데

그 책은 얇은 편이었고

웬지 읽으면 뭔가 뿌듯할 거 같애서 샀으나

몇 페이즐 읽어도

 

페르캉이란 이름만 눈에 띄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가슴에 전혀 접수가 안되어

방학때 다시 몇 페이지 보고

 

겨울 되고 이듬해 또 시작하고 그랬으나

 

펼치면 졸려서 접었다

그 책은 그후 어디로 갔는지 현재는 알길이 없다

 

앙드레 말로는 아마 내가 그 문고를 샀을 즈음에

바로 뒤에 사망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왕도의 길을 일지는 못했다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

비행기 표 사면 쉬이 가지만

말로가 20,30대에는 배를 타고 아시아를 오니

 

그가 중국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올적엔

배에서 여러날을 먹고 잤을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커다란 배가 부두를 떠나면 사람들이 갑판 저 아래에서 손을 흔들런

느림의 시대 기다림의 시대

설렘의 시대

 

불편함과 느림은 추억을 생산하고

편리함과 빠름은 모든걸 망각의 회로에 쉽게 흘려 보낸다

 

말로처럼 유럽과 아시아를 싸돌아 다닌 사람도 흔하지 않다

 

베트남지역과 중국 광뚱 상해

스페인 내전 그리고 소련 모스크바

 

그리고 이차대전에선 항독 전쟁을 수행했다

 

바쁜 만큼이나 화려했고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양의 소설과 논설을 발표했다

 

문화장관으로 있으면서

드골정권에 장수 문화장관으로 있으면서

비판도 많이 받았으나

분명한것은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늘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나는 말로를 잘 모르고

다른 책 읽을 거리도 많아서 그의 전기나 작품을 찾을 지 모르겠다

 

이 아침 인터넷에서 말로의 이름을 보게 되어 그 옛날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을 기억했고

그가 30살 되기 전에 그 책을 썼다니

속절없이 지나가는 세월이 무상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