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상록탑....게토의 연금

guem56 2011. 12. 13. 11:00

지금은 철문이 걸리고

넓은 활주로에 적막이 고즈넉한

미군 기지 캠페이지

 

바로 옆에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있었다

625전쟁후 미군이 도와준 건축자재로 지어서 그런지

 

송선생님은 늘 말씀하시기를 이 교실은

비행기 폭격에도 끄덕이 없다

 

교실은 좁고 학생은 많아서 다소 불편했으나

그 말씀은 맞아서 복도나 교실바닥은

단단하기 짝이 없고

진동이나 흔들림이 없었다

 

21세기가 되어 오십년을 끄덕없던 그 건물은

더 편리하고 쾌적한 교사를 짓는다는

타당한 명분에 밀려 사라졌다

 

짧은 쉬는 시간에 책을 파시는 상인들이 교실에 들어왔고

그 책중엔 이차대전 태평양 전쟁 편이 있었다

 

삼국지 만큼이나 양이 되는 열권분량인지

더러 그 책을 사는 학생들이 있었고 나는 누구 것인지 모르나

아무튼 빌려 읽었다

 

미드웨이 해전

일본군의 대함대는 한순간에 처절하게 깨졌다

 

지금은 이름을 잊었으나 그때는 격침된 일본군함들의 이름을 외웠었고

미군 비행기에 의해

불덩이에 휩싸여 몸부림치며 거대한 바다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항공모함의 종말이 허무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아쉬웠었다

 

고등학교 교정에는 상록탑이 서 있었다

왜정시대 고국의 독립을 꿈꾸는 학생들의 모임이 적발되어

왜경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한 선배들이 이름이 새겨진 탑이다

 

날마다 그 탑앞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고 그 탑을 스쳐 나오며 집으로 왔었다

 

 

미드웨이 해전은 일본의 기를 꺽었고

곧 이어

산본오십육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죽음은

 

일본 해군의 침몰과 미일전쟁의 패전을 장식하는 대미였다

 

이 책은 누가 썼는지

그리고 번역한 책인지 나는 지금 알길이 없으나

야마모토의 죽음을 퍽 애석해 하는 논조였고

 

사실 그가 일본 식민지 시대 해군제독이라 하여도

내가 늘 상록탑을 지나다니고

 

만주와 상하이의 독립투사를 생각해도 그와는 별도로

어린 나이에 그의 죽음이 또한 애석하기도 하였다

 

세월은 흐르고

서울 일본대사관앞에서

더운 여름 추운 겨울

늘 시위를 하던 할머니 분들의 사진을 보고

 

서울 명동

춘천의 명동을 걸어다니는 일본의 관광객

 

내가 따라서 끓여보는 일본식 우동

그리고 nhk에서 보는 일본의 시골

후쿠시마의 쓰나미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잭 런던이 특파원으로 한국을 다녀간 그 무렵

일본 순양함 일진(日進)호에서 러시아 해군과

교전하다가 손가락 둘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하버드에 유학했으며

미일전쟁을 반대하기도 했다는데

전황을 일찍 끝내려는 미군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태평양 상공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던중 요격되었다

 

독일이란 나라

히틀러 시대에 유럽 여러곳에

유태인들을 억류하는 게토를 1000군데 이상 설치하였으며

숱한 유태인들을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키고

살해 하였다

 

거의 70년이 다 되어 가는 올해

독일정부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1만 6천명의 게토생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고등학교 교정에서 상록탑의 비문을 여러번 읽었으나

거기 나온 선배들의 이름을 잊었다

 

눈이 덮히면 그 학교를 한 번 다시 가봐야 겠고

속절없이 청춘과 인생의 낙을 다 앗기고

평생 설움과 가난 속에서 살다 가신 이땅의

 

그 일본 대사관 앞에 할머니 분들

 

진주만 공습 즈음인 요즘

일본tv에선 남양군도나 태평양 전선에서 당시

복무한 일본군 노병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 당시 끔찍했던 참상을 회상한다

 

그런데 그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

그리고 희생자는 누가 더 있는지

 

조선인의 흔적은 그런 방송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