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깔바도스 앱생트 진먼가오량 (둘)

guem56 2012. 2. 1. 17:44

비가 후두둑 내리는

타이뻬이시

 

관광객들이 섞여서 시끄러운데

말레이시아에서 온 청소년들

 

중국 땅에서 바다 건너온 목소리 큰 분들

한국사람들

 

둥그런 회전 밥상엔

이거저거 요리 접시가 올라있고

 

가운데에

샤브샤브 식의 훠거

그리고 넓은 식당 한켠엔 고기를

일본식 철판요리처럼 불에 익혀주기도 하고

 

온몸에 습기와 한기가 스며서

술한잔 하고 싶은 때라

 

중국엔 어디 가나

배가 불룩한 사내와 걸음이 잰 긴 치마 입은 아가씨 뒤편

서재 같은 책장 말하자면 술장에

 

금문도 고량주

 

그 옛날 중학교 때던가

 

자유중국 장개석 군대가 너무나 잘 만들어 놓아서

아무리 중공군이 포격을 해도 함락 할 수 없다던 진먼

 

우리도 저 독한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기억나는 진먼섬

그리고 언젠가 한국에서 진먼가오량을 중국집에서 마신 듯 한데

중국 본토 다녀온 사람들이 이는 필시 가짜라..

 

대만돈 600원인가 그러면 우리돈 2만원이 넘는데

한병 사서

그걸 뜨거운 국물안주에 마시는데

동석한 분들이 술 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혼자서 마시자니

 

다섯잔을 들이키니

눈에 불기운이 나고 술 마신듯 하던데

 

잠자리에 가져온 그 술을 컵라멘에라도 마주 비울까 했으나

이제는 술정(情)이 예전만 못한지 그냥 잠들고 말았는데...

 

 

깔바도스

내가 마신 적 없으나

 

오래전 삼중당 문고로 읽은

레마르크의 개선문엔

 

조앙 마두가 깔바도스를 마셔서

사과로 만든다는 그 술을 언젠가 프랑스 북해 바닷가에서 한번 마시고자

꿈을 꾸었는데

 

사람이

누가 술을 더 많이 마시나 하다 보면

미련하고

 

누가 더 불행하게 살았나 하다 보면

은근히 서글프다고

 

고흐보다 더

삶이 팍팍했던거 같은 모딜리아니

 

그가 쑥향이 들어간 앱생트

독하고 값싼 그 술을 엄청 마시다가 죽었다던데

 

1888년

남프랑스 아를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 미인이 모여든다는 햇빛과 노란 도시

 

거기서

고흐와 고갱이 지누 부인을 모델로 그린

두개의 그림

 

사람 잘 엮는 고갱은

모델노릇에 열적어 하는 부인에게

이 그림이 루브르에 걸릴 거라고 큰소리 쳤다고 하거니와

 

고흐 그림은

백년 세월 흘러

뉴욕 메트로 미술관으로 가고

 

고갱 그림은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에 걸렸으니

예언은 현실이 되고

 

고갱 그림 배경에

술마시는 지누부인 카페

사내들이 마시는 술은 앱생트라...

 

만약에

누군가 혹은 내가

이 밤에 난을 그린다면

 

그 난은 언젠가 폐기되어

종이로 사그러들지

아니면 어느 한국화랑에 걸려서

세월과 동반할지

 

추분 겨울 보름달을 향해

살이 오르는 저 달이 알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