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지우펀 열여덟

guem56 2012. 2. 22. 17:25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남쪽은 따듯할 줄 알았다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타이뻬이 시내를 벗어나

버스는 산기슭으로 오르고

 

바다에서 솟아오르는지

산기슭에서 아래로 내려가는지

분무기에서 뿌린 듯한

작은 물안개 방울이

 

하늘의 빗물과 짝을 이루어

허름한 우비 사이로 스며서

눅눅함이 스멀거렸다

 

거기가 지우펀이었고

추위와 습기가 어우러져

난로가로 가거나

김이 나는 만두

더운 커피 그런게 급했으나

 

멀리 아스라한 바다

운무의 어둠을 밝히는 대낮의 불빛

계단으로 피어오르는 물방울

좁은 골목에 들어선

찻집과 이런 저런 먹을거리

 

태어나지 않았으나 고향같다는 그런 마을

언덕의 위에 자리한 오래된 학교건물

운동장에 제 편한대로 늘어선 차들

콘크리트 담벽이 오랜 세월 젓갈처럼 삭아서

 

언제 다시 올지 몰라

아쉽다기 보다는

한두시간 더 먼 바다를 보고 싶었고

비를 피해 찾아든 찻집은

서너사람 마실 만한 차를 한 사람 몫으로 내왔다

 

사람은

머물고 싶은 곳은

서둘러 떠나야 하고

얼른 피하고 싶은 자리는

눌러 있어야 한다

 

언젠가 나는 여기에 다시 올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