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청두
제갈량 사당이 있고
두보가 참배하고 시를 남겨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두시언해
조선시대 한글번역본과 같이 실려서 기억에 남는 도시
평수가 어지간한 식당이 3만 7천개
하루 한 곳을 들려 먹어도
평생 다 가볼수 없다하고
벳부
온천이 많다는 그곳에
관광지도에도 없는 골골의 무명온천을 다 헤노라면
역시 죽을때까지 몸을 담구어 보기 힘들다던데
추위는 추위대로 오고
살림살이는 꾸준히 옥죄어 들다보니
지역경제 피를 말린다는
대형마트
한눈에도 통이 큰 도토리 묵이
가루는 중국산이요...합체를 해서 두부 두 모 마냥 크니
그냥 지나가기도 힘들어
한덩이 가져다가
지난 겨울 농사 지은 분이 건네주신
파를 썰어 묵사발을 씨원허니 만들어 먹음에...
원래 도토리는 나 살던 고을마다
산속에 가을이면 흐드러져서
새마을운동때 숱한 나뭇꾼들은 다 도회로 가고
잡목 우거진 곳에 다람쥐들이 맘껏 먹다가
언제부턴가 웰빙 바람에
더하여 직장 손 놓은 중년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울긋불긋한 등산복에 배낭을 걸머지시고
온산 도토리며 동네 어귀에 임자가 역시 손 놓은
밤나무 밤 털 듯이 사그리 거두어 가시던데
설악산 백담사 앞 골짜기
홍천 매봉산 자락
삼포 강물줄기 돌아 흐르는 화촌면 야산 자락
어머니께서 도토리 거두어서
물에 불리고 말리고 가루내서
한묶음씩 갈무리하셨다가
여름에도 겨울에도 해가 지나서
세 해가 바뀌어도 묵을 쑤면
단맛인듯 쓴맛인듯 어우러지고
탄력이 있어서 입안에서 혀를 툭 치는듯 하다
미끄러져 목으로 넘어갔는데
그 기억이 아른하여
서너해 도토리 묵을 안먹던 때도 있었는데...
양양이런가 인제런가 어느 농협에서 나온 토종 도토리 가루가 눈에 띄던데
봄이 오면 그거 사다가 묵을 쑤어보던가
하릴없는 세월은 한없이 답답한데
공연한 묵 한접시가 심사를 더 어지럽게 할런지는
묵앞에 앉어봐야 알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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