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천도리 가는길....

guem56 2012. 5. 19. 13:40

인제
봄이면 진달래가 피었고
설악산 눈이 녹으면
천렵 가던 시절도
이젠 추억.
아무도 모른 산간벽촌에
나는 자라서
고향을 생각하며 지금 시를 쓰는
사나이
....

 

(박인환 시 인제 앞부분)

 

홍천에서 인제 가는 길은

강줄기 따라

더러 강의 남북을 빗겨가는데

 

625때 숱한 병사들이 피흘린 곳이라

 

 

장루이 동상과

리빙스턴 다리가 전쟁의 상흔을

여전히 말해주는데

 

장루이동상은

지구를 한바퀴 걷는다는 11사단 구역이고

리빙스턴 다리는 노무현대통령이 근무한 12사단 구역이다

 

박인환은 어려서 인제를 떠났으나

 

(인제)라는 시를 보면 고향에 대한

그림이 선명하고

늘 고향을 생각하고 살았음이 틀림없다

 

 

 

원통의 저녁은 시끄러웠다

귀둔 서화 현리에서 막차로 들어오는 버스들이

짐과 사람을 내리고

 

시장과 술집들에 불빛이 들어오면

저벅저벅

바지가랭이에 쇳소리를 내는 헌병이

거리를 순검했다

 

원통검문소 아래

원통사람들이 제주도라 부르던 강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그 위쪽에

카브를 홱 틀어 돌아가는 가파른 고갯길

 

천도리 가는길

 

더운 여름날

찜통의 버스를 타고

바람 들어오는 창문을

진흙먼지를 너무 들여서

열기도 그렇고

 

그르렁 거리며 진흙길을

느릿느릿 올라가고 내려가는

굽이 굽이 길에

 

버스 옆엔 군인들 줄이 붙었다

풀잎이나 나뭇가지를 철모에 심고

군장에 총을 맨

군인들 어깨는 땀에 젖어 군복은 살에 차악 붙었다

 

말이 없는 그들은 저벅 저벅 하염없이 걸었다

이른 아침 천도리에서 나가는 버스에도

컴컴한 겨울밤

일찍 내린 어둠에 컴컴함이 깊을 때도

 

시도 때도 없이

군인들은 걸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버스의 그르렁 소리와

군인들의 깊은 숨소리가

천도리 하늘로 피어가고

 

꽁무니에서 뱉어내는 짙은 매연과

젊은이의 더운 더운 땀이

천도리 진흙길에 뚝뚝 흘렀다

 

젊은 사람들은 청춘을 그렇게 보냈고

나라는 국방을 연명해서

고향의 백성들은 안락한 잠을 잤는가 보다

 

 

 

 

......................................

 

천도리

버스 타던 때가

30년이 지났다

 

천도리에서 더 들어가면 해안이다

휴전선 바로 아래 해안을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 가지 못했다

 

 

 

<해안의 을지전망대 돌아보던 수학여행 버스가 사고난 소식을 들었다

다친 학생들이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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