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매미 우는 나무 그늘 아래 평행봉(36)

guem56 2012. 5. 4. 14:52

이월 매화향이 아련히 날아오고

진달래 철쭉이 뒷동산을 덮을 때

 

아지랑이가 누렁소 두마리가 지나간 밭이랑에

땅에 지진이 난듯이 피어오를 때

진흙벽돌담은 바람에 흩날리는 살구꽃으로 덮이고

 

신작로 건너

무논에는

점점이 검은 깨알같던 개구리 알이

올챙이 되어 보뚜렁 물골 따라 촘촘이 머리를 딜여 밀때

 

매화학교 서녘 담장의 벚꽃이

올챙이 검은 군락에 꽃우산이 되고

햇빛을 파랗게 튀겨내

작은 무지개를 만드는

보라빛 실잠자리가 하늘을 난다

 

금은산

저수지 위쪽으로 흰날개 황새가 손님으로 올때

처마엔 어김없이 제비가 집을 짓고

어느덧 더위에 파란 모가 벼알을 품을 때

 

매화학교 높은 미루나무 낙엽송엔

매미소리가 더 높다

 

 

씨름 모래밭에는

어린애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서늘한 저녁 해를 기다리는

배구장엔 키가 껑충하신

선생님이 바람에 날린 금을 살리려 횟가루를 뿌릴때

 

 

평행봉

높은 미루나무 아래 언제나 고적하게 선 그 나무틀에

거꾸로 물구나무 서서

한참을 있다가

이리저리 팔로 몇 걸음을 떼다가

허공에 한바퀴 돌고 뚝 떨어지는 분

 

나의 아버지였다

세월에 강산이 변하고

장삼이사로 살면서

무슨 취미나 운동을 부러워한 적이 별로 없으나

나는 평행봉을 보면 언제나 움츠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