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시동리 더렁산 취나물

guem56 2012. 5. 8. 14:08

오래된 기억의 저편에

산이름 하나가 수십년을 맴도는데

 

자유 지키러 청년들이

M1총을 메고 미군 수송선에 실려

베트남 가던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

재숙이 할머니

그리고 뒷마을 방축 여러 분들이

 

아침 일찍 나물을 뜯으러 가셨다

해마다 봄이 오면 그런 행사가 있는지

그해 봄따라 그렇게 많은 분들이 갔는지 그건 모른다

 

반들반들한 툇마루

긴 오후의 적막에 내가 지쳐서

마루에 차악 구버져 붙을 무렵

마당으로 산으로 가신 분들이

커다란 자루 하나 둘씩 지고 이고

들어서셨다

 

우물가에서 펌프물이 솟고

언제나 손을 대면 시릴 정도로 차거웠다

 

외양간 위 잿간 지붕을 타고 오른 그러해 박이

바가지가 되고

벌컥 벌컥 그 물을 사람들이 마시는 새

 

나물자루에선

짙은 산냄새

수리취 냄새가 마당에 피어올랐다

 

맛을 안봐도 썼고

어린 나는 저런 취를 뭐하러 뜯어오시나

그때는 몰랐다

 

그때 흘려 들었던 산이름이 더렁산이고

수십년 흘러 나는 우리 마을 뒷쪽 산이란건 아는데

그 산을 여전히 콕 집어 모른다

 

가야할 산이고

어쩌면 가봤는지도 모른다

 

어제 취나물을 만났다

씁쓰름한지 쌉싸름한지 그 향에

그냥 장을 찍어서 스므닢을 먹고

남은건 삶아 놓았다

 

취는 곰취 수리취

넓은 닢 좁은 니파리든지

비타민B 1,2,3이 많다고 한다

 

B1은 각기병을 막고 신경계통을 맑게 하며

B2는 구순염 같은거 입주변이 피로할 때 헐고 진물 나오고 그런걸 막는다

B3은 나이아신이라는거

부족하면 건선(Psoriasis) 습진(Eczema)같은 피부병에 약해진다

 

요즘은 산취를 따러 가기도 하지만

야생취를 집 옆에 심어서 하우스나 비탈 노지에

 

반야생 반재배로 키우기도 한다

 

도회의 삶에서 여남은 생 먹고 살 노자돈을 건지면

취를 키우는 비탈옆에 두세칸 집을 짓고 살아보고자 늘 꿈은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