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텔레비전 일본항공(JAL) 요도호 사건

guem56 2012. 5. 16. 15:37

개울건너 상화터 저수지 둑이 희미하게 보이면

밤이 되었다

 

유치리엔 집집마다 어둠이 밀려오고

방안엔 호롱불 심지위에 성냥불이 옮아붙었다

 

전기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해

매화학교 숙직실에 텔레비전이 들어왔고

요란한 굉음을 내는 발동기가

 

텔레비전 시청 전기공급용으로 이층 교사 층계단 아래칸에 자리를 잡았다

 

학교아저씨가 밧줄을 감아

잡아 당기면 한두번 부릉부릉하다가 엔진이 꺼진 뒤에

발동기는 문이 닫혀도 소리가 컸다

 

그렇게 텔레비젼을 만났고

 

 

이규설 선생님이 담임을 맡던 해

이른 봄에

아직 벚꽃이 피기전에 어느 따스한 날

 

햇빛에 어지럼이 날 정도로 맑은 날

낮에 텔레비전이 나와서

 

만사를 제쳐놓고 그 앞에

선생님들 마을주민 아이들

구름처럼 몰켜들었는데

 

햇빛에 반사되어 푸르딩딩한 화면은 먹통처럼 잘 안보였으나

나오는건 오로지 비행기 한대가 가만히 서있는 그림이었다

 

아이들은 지쳐서 하나둘 빠져 나가고 어른들만 남았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갔으니

텔레비전에 저렇게 비행기가 날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다니

이게 뭔일인가

 

물어볼라 해도 그런 질문을 해서는 안될것도 같고

괘아니 촌눔 소리 들을거 같고

그리고 저런 가만히 있는 비행기도 재미난 프로일지도 모르고...

 

비행기화면은 요도호 일본항공기 납북 사건의 현장이었다

인질은 안에 있고

뉴스가 오래 중계되면서 비행기만 지루하게 계속 보여주는 거 였으나

시사에 관심 많고 과연 저 비행기가 북으로 가는가

 

어른들은 볼만한 장면이었다

 

그때 나는 아무 상황을 몰랐고

잘 잘 잘이란 말만 기억에 남는다

일본 비행기 잘<JAL>

 

살다보니

잘사는 나라 일본에서

잘 항공사가 파산에 직면했고

망하는 길만 남았다는 기사를

 

40년이 지나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1932~)

전기회사 교세라의 창업자로서

경영을 잘 하며 돈을 많이 번 사업가

 

2010년 초에

그때 수상 하토야마가

간곡히 권해서

이나모리는 병이 골수에 들은 일본항공사 회장을

월급없이 떠맡는다

 

두 해가 지난 지금 일본항공은

뼈아픈 인력감축을 했으나

살이 통통한 흑자 성적을 내었다

 

깊은 병이 너무 빠르게 회복되었고

누구의 예상도 뛰어넘는 건강한 회사로 바뀌었다

 

 

이나모리는

씨없는 수박 만들었다는 우장춘의 딸과 결혼했으며

가고시마 출신이다

 

사람은 두가지이다

나이탓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고

몇살인지 별로 의식안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