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넓은 오동나무 잎

guem56 2012. 5. 23. 16:50

쟁기날에 엎어진 흙은

아지랑이를 피워내고

 

멍에진 소는

더운 김을 뿜어낼 새

 

봄이 살아나면

매화학교 장터쪽 울타리엔

벚꽃이 흐드러져 향이 십리로 퍼진다

 

삼월도 사월도 그렇게 가고

벚나무 열매가

붉은 색

보라 빛

검은 몽오리로 앉을 때

 

오월이 푸르러

금은산 저수지 둑아래

넓은 논이 초록으로 덮힐 때

 

매화학교

너른 닢 오동나무엔

농사짓는 사람이 그렇게 바라던

빗물이 떨어진다

 

어김없이 오동닢 윗쪽

아래쪽

 

작은 청개구리 한마리가 올라앉으면

그 반대쪽엔 또 다른 형제가 다리를 엇뻗어서

느릿느릿 걷다가

사람 손이 가도 겁도 없이

눈을 검벅 거린다

 

청개구리는 아이들 손위로 올라가고

서녘 하늘에 다시 먹구름이 짙고

빗방울이 굵어지면

 

청개구리는 오동나무 닢위로 냉큼 올라앉고

으레 비는 머리에 맞는 줄 아는

시골아이들은

집으로 흩어지고

 

외양간에 여물먹는 소의 둥근 눈을 마주치며

반드르르하게 닦여

거울처럼 빛이 튀는 나무마루로 올라앉으면

하루가 저물고

비를 피한 하루살이가 마루위로 피어오른다

 

내 아홉살

늦봄 초여름

그렇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