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하드(아이스 케키)의 추억

guem56 2010. 5. 4. 14:47

가두둑 난토골을 거쳐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신작로를 오르면

낡은 시멘트 다리가 있고

 

가파른 고개 마루위에 홍천 원주로 이어진 아스팔트 길이 있다

웬지 도시의 냄새가 나는 그 아스팔트위에

바지를 촤악 다림질한 헌병이 늘 서있는 곳이

 

상창이다

그리고 삼마치 고개라 부르기도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인지

유치리 아래 오지울 쯤인가

짐자전거에 얼음 아이스 케키 상자를 실은

하드 장사가 나타났다

 

어른인지 청년인지 모를 그 아저씨는

돈이나 빈 병을 받고 아마 팥이 박힌 얼음 하드를 팔았는데

 

유치리며 시동의 아해들이 그걸 사먹을 경제능력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운이 좋은 아이들은 병을 구해 하드와 바꿔서

동지고 친구고 다 버리고 입에 냉큼 물고 어디 울타리 뒤로 튀어버리고

 

다른 아해들은 유엔식량기구 직원을 따르는 어느 아프리카의 난민들 처럼

하염없이 하드 장사를 따라 다녔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고 오후가 깊어갈 무렵

동샛골 어름에 사는 명중이가 분명 한낮에 하드 장사 뒤를 맴돌다가 사라졌더니

다시 나타났다

 

양손에 빈병을 들었던 듯 하니 곧 하드를 바꿀 태세인데....

아마 서너시간 빈 병을 찾아 집과 동네를 헤맨듯 하다

 

그런데 하드 장사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오지울로 넘어가고 있었다

워낙 까마득해 쫓아가기는 힘들었고

무엇보다 가봐야 이미 하드가 다 팔렸을거라는 짐작이

명중이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명중이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처음엔 명중이를 고소해 하다가

나중엔 길게 길게

강산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가심이 아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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