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적벽부 소동파 해남도

guem56 2012. 5. 25. 15:07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관동별곡을 배웠다

우화이등선 

 

날개가 돋아 신선처럼 날아간다는 말인데

참고서엔 소동파의 적벽부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했다

 

그때 한문교과서엔

두보의 강촌(江村)과

적벽부의 앞구절이 실려 있었다

 

강촌은 배우는 날 외웠고

적벽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청구서적에서 산

 

민음사판 세계시인선 문고본에서

전문을 만났고

이래저래 외우게 되었는데

 

유학잠교의 교(蛟)를 모기 문(蚊)자로 잘못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추사의 글씨를 보면

소동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고문관지에서 소순 소식 소철 삼부자 글을 읽을 때도

 

소동파는 정치나 현실세계와는 거리를 두고

강호에 음풍농월한 유유자적인으로 알고 있었다

 

세계사 시간에 이름을 들었고

나중에 간간히 만난 왕안석의 신법을 반대했다는 이야길 듣고서

소동파는 글씨는 잘 쓰고

돼지고기 요리도 잘하고

 

여러 방면에 소질이 있으되

요즘 세상에서 말하는 기득권 층의 사람인줄 알았다

 

항저우 서호 호수가에 있는 그의 동상을 차창너머로 보면서도

달과 물을 노래한 낭만시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구양수와의 사제지간

사마광 왕안석과의 친소

 

그리고 소동파가 황주에서 하릴 없는 지방관 노릇을 할때

난징의 왕안석을 찾아뵌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다

 

소동파 그늘의 황산곡이 스승따라 귀양간 사실도 알았고

이래저래

 

제주에 간 추사가 해남도에 간 소동파를 흠모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게 되었다

 

소동파가 황주에서 남긴 한식시첩은 사놓은지가 10년 세월이 흘렀다

가난과 외로움이 짙게 배인 한식시첩은

미불의 초계시첩보다 훨씬 처연하다

 

해남도에서인지

그전에 광동 혜주에서인지

 

아마 정황상 해남도 일듯하다

 

소동파가 이런 글을 남겼다

 

식무육 병무약

거무실 출무우

동천탄  하천한천

 

食無肉  病無藥

居無室  出無友

冬無炭 夏無寒泉

 

고기 먹을 수 없고

병이 나도 약이 없으며

집한칸 변변치 않고

밖에 나가도 벗이 없다

 

겨울엔 땔감이 없고

여름엔 찬 물 한바가지가 없다

 

환갑이 지나

건강이 안좋은 소동파가

물설고 산설은 해남도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자세하다

 

침과 약을 잘 쓰는 명의 소동파의 말년은 약재 하나가 없는 처연한 상황이었다

오늘날 하이난 섬은 한국사람들도 꽤 많이 가는 관광지가 되었고

카톡으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은 소동파를 동파육 만든 시인으로 기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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