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천안문사태 64의 그늘

guem56 2012. 6. 11. 11:35

74년 여름

학같다던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흑백텔레비젼에서 비춰주는 대통령이 눈물을 닦는 장면

안채에 늘 말이 없던 할머니도 눈물을 줄줄 흘리시고

 

봉의산 아래 도청쪽에 있다는 빈소엔 사람들이 줄줄이 다녀왔다

 

그 다음해 봄엔

월남이 망했다

 

청룡 맹호부대가 그렇게 도와주었건만

멍청하고 멍청한 월남은 부패해서 망했다

 

하여 학생들은 목총을 들고 일주일에도 이런 저런 행사로 서너번씩

운동장을 돌았다

먼지가 풀풀나는 운동장을 돌고 나서

점심과 똑 같은 노란색 벤또를 까먹고

사이렌이 울릴 때까지 자습을 하고

캄캄한 밤중에 집에 갔다

 

민족의 안위와 조국의 번영을 위해

잃어버린 만주땅 수복을 꿈꾸며 그렇게

정석책의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주은래와 등소평의 이름을 들은 것은

통일전략전술이란 용어와 관련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라 기억한다

 

이런 문제가 시험에 났다

공산주의는 이론은 옳은데 실천이나 현실에선 나쁘다

 

이론 자체도 엉터리고 현실에서 더 나쁘다...

 

나는 이문제를 틀렸다

 

도덕 선생님은

눈이 높으신 분이라

 

세상엔 두개의 철학이 있다

헬레니즘과 히브라이즘이다

이런 말은 교과서에 없는데 그 선생님은 이런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런 세상의 철학을 비집고 마르크스가 나왔다

마르크스는 폭력혁명을 주장했다

 

세상이 썩으면 무산 계급이 폭력으로 세상을 엎어서 공산주의를 건설한다

 

이런 말은 교과서에도 비슷했다

 

다만 마르크스가 틀린 것은

마르크스왈

공산주의는

영국같이 가장 자본주의가 썩은 공장지대 산업지대에서

폭력혁명이 일어난다 했는데

 

당시 가장 가난했던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래서 틀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선생님의 목소리

말씀하시는 스타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역시 그분에게서

 

옌안장정과

주은래 등소평의 이름을 들었다

 

중국은 언젠가 일어나서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분명 중공은 공산주의

적의 나라였는데

등소평은 언제부턴가 나에겐 위대한 인물로 떠올랐고

 

주은래는 가장 인내심이 강하고

원모심려한 제갈공명같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언젠가 초등학교때

자유중국이 유엔에서 쫓겨나던 때

의리와 배신 실리와 국익

 

그 틈새의 분위기가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도 돌아서

사태가 뭔지도 거의 모르면서

몹시 침울했던 때와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부지불식의 이미지 변화였다

 

그거 안하면 세상 망할거 같던

그 요란했던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이듬해 봄

천안문 광장엔 숱한 인파가 몰려

중공에서도 데모를 했다

 

요선동

배추우거지국을 술국으로 퍼주는

선술집에서 텔레비젼 화면으로

천안문 광장의 숱한 인파를 구경했다

 

갈수 없는 땅인데

자오즈민 선수가 한국에 시집올지도 몰라서

중국은 이미 가까운 나라였다

 

신문은 날마다 천안문 기사로 덮였다

 

중국은 망한다

군부끼리 내전이 일어난다

 

민주화 되고

서양처럼 완전 개방된다

 

추측이 난무하던 어느날

탱크에 맞선

젊은이의 사진이 나오고 그리고 나서

광장은 조용해졌다

 

세상엔 광장이 있고

사람들은 간간히 광장에 모여서

데모를 한다

 

바스티유나

파고다 공원이나

금남로나 천안문 광장이나

다른점도 많겠으나 비슷한 점도 많을 것이다

 

그 당시 베이징 시장 천시퉁이 당시 천안문 사태를 말하는 책을 냈다

이 책은 물론 그의 주장이다

 

천안문 광장에 탱크를 몰아넣고 발포명령을 내린 사람은 누구인가

역사는 아직 콕 찝어서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1976년 주은래가 죽고 나서

등소평은 잠시 실각하고 사인방이 나서서

생사를 건 권력투쟁이 있었다

 

등소평은 살아남았고

중국은 개방의 길로 나갔다

 

89년 봄 호요방이 죽고 나서

천안문 광장은 보다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는 대학생 시민들로 덮였고

이 사태는 탱크가 종결시켰다

 

23년이 지난 임진년 6월....

중국  내륙의

꾸이저우 꾸이양....

 

천안문 64 23주년 기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민들이 양심범 석방을 외치며 거리 행진을 한다

이 행진은 제지없이 끝났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어디로 갈지 하늘의 구름이 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