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저장성 닝보 명이대방록.....

guem56 2012. 7. 17. 12:45

아주 오랜 옛날

약사리 고개위로 밤이 되면

 

소방서 망루에서인지

아니면 미군부대에서 해주는 건지

 서치라이트가

봄내 시내를 천천히 360도 불비춰주던 그 시절

 

자라목처럼 짧은 서가에는

<좁은 문>과

<명이대방록>이란 책이 있었다

 

좁은 문은 외사촌누나 책이고

명이대방록은 서울 어느 대학 사학과를 다니던 외사촌형 책이다

 

둘 다 읽지 못했다

명이대방록은 제목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고

삼성문고 70원 값의 책인데

한자가 많아서 해제를 읽으려 해도 세로인쇄 한 줄이 버거웠다

 

고려시대에 무역선이 드나들었다는

저장성 닝보

 

1047년 왕안석이 20대 젊은 나이에

닝보 인저우에서 벼슬을 했는데

그후로 크게 문풍이 일어서 책의 도시가 되었다 한다

 

닝보엔 역시 서호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월호(月湖)가 있고

이곳에서 남송때 육구연의 심학을 강의했다

 

그런 전통을 이어선지 명대 왕양명이 역시 닝보시 위야오에서 나서

양명학을 일으켰다

 

황종희는 닝보사람인가보다

그 부친이 동림당 사람으로 환관들의 혹독한 탄압을 받았고

황종희는 나라가 망하고 청조가 들어서는 비운의 시기에

30대였다

 

팔대산인이나 부산처럼 울분과 한이 서린 삶을 살다간 사람같다

 

여한십가문초에 서문을 쓴 양계초

그가 지은 왕안석평전 두툼한 고문의 책을 구한지 한달인데

책은 여름더위에 어디론가 숨어서 보이지도 않는다

 

어설프게 추측을 해보면

 

땅은 사람의 생각을 비슷한 방향으로

만들어주는지 모른다

 

왕안석의 개혁정신과

육구연의 심학이 닝보땅에 뿌리를 내려

양명학의 토양이 된 듯하다

 

저녁이 되면

형광불빛 아래 눈이 흐리다

 

책이란 눈으로 읽는데

술을 멀리하고 야채를 가까이 하지 않으면

푸석푸석한 눈으로

황종희 책은 지상에서 못읽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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