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윌리엄 포크너 삼중당 문고

guem56 2012. 6. 25. 11:41

중학교 일학년인지 

이학년인지 국어 책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나왔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은 노인이

바닷가로 고기를 끌고 왔을 때는

고기는 상어에 뜯겨서 뼈만 남았다는 이야기라고

국어선생님은 말씀하셨는데

 

어린 나는 뭐하러 고생하고 뼈만 끌고 왔는지

차라리 미리 놓아버리지 그런 생각을 했다

 

토요일 명화시간에 나오는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 화면이 그 화면 같아서 어른이 되어서도 구별을 못했다

 

미시시피 강은 캐나다에서 흘러내려 미국 중부를 가로지른다

 

시카고 근처에 헤밍웨이가 살았고

아래로 내려와 미주리에 마크 트웨인

그리고 그 아래 미시시피 옥스퍼드에 윌리엄 포크너가 살았다

 

매화학교 다닐 때

뒷장이 떨어진 톰소여의 모험은 재미가 한창 오르는 판에

내용이 끊겼다

 

어린이 잡지도 보는것보다 결호가 많아서

허클베리 핀은 같은 작가가 썼다는 사실만 알았다

 

내가 궁금했던건

혹시 뭔가 잘못되어

톰소여와 허클베리핀은 같은 동네 친구가 아닐까

이런거였다

 

시골에 살면 이렇게 자란다

검은 고무신 신고

산머루 따먹던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었겠는가

 

약사리 고개 아래

명동이 있고

그 명동 중앙 쯤에 지금은 사라진 춘성군청

흰건물이 있었다

 

숨한번 참고 뛰면 다 지나가는 춘천 명동

양끝에 청구서적과 학문사가 있었는데

 

80년대 이전 유신시대

나는 이런 저런 시간이 나면 두 서점중 한곳에 들어가

삼중당문고를 만지작 거렸다

 

한권에 200원 했는데

돈 생각도 해야 하고

뭘 읽어야 겠나 그런 생각도 하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그때 뜬금없이 잡은 책이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이다

 

제목에 뭔가

이 책은 세련돼 보이고 내용이

알맹이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책은 읽기가 힘들었고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리나>는 사람 이름이 귀찮아서 읽기 힘들었는데

포크너는 무슨 소리인지 알수 없어서

 

숟가락으로 호박을 깍는 기분이라

가다가 더 힘들거 애초에 이길로 안간다

하여 손을 놓았고

 

세월이 갔다

 

포크너가 1897년 생이다

임진년 초여름

 

책장에서 떨어진

1997년 어느 묵은 잡지를 뒤적이다가

포크너 탄생 백주년 기념 포크너 평을 읽었다

 

이 평을 보니 포크너의 작품은 읽어볼만한

읽어야 할 책인데

 

인생은 짧고

먹고 살 건수로 너무 바쁘다

 

나는 북으로 간다

포크너는 못읽어도 할 수 없고

푸쉬킨과 톨스토이를 만나러 러시아로 간다

 

몇 년전 어느 해 겨울

톨스토이가 생전에 빅토르 위고를 만나러 파리에 왔었다는 짧은 구절 하나를 보고

톨스토이는 읽고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이 되고 시간이 된다면

세바스톨 이야기를 러시아어나 불어판으로 읽고 싶다

 

인간은 희망을 이야기 하고

그 희망을 채우기도 전에 다른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허둥지둥 살다가

어느날 조용해진다

 

나는 나에게 가혹하지 않고 너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