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김숭겸 춘망(春望) 시한수

guem56 2012. 7. 18. 16:26

 

옛날 봄내엔 개나리가 많았다

육교가 있던 봉의학교 교정에도

지금은 미니학교가 되어 이제 문을 닫을 판인 중앙초등학교

춘천초등학교에도 개나리가 지천이었다

 

봄내의 꽃이 아마 개나리

 

개나리 환한 어느 봄날

시한수를 배웠다

 

시가 슬퍼서 적어놓았고

30여년이 흘렀다

시를 가르쳐준 선생님은

삼연선생 시라고 말씀하신 듯 하다

 

집안에 참극이 발생한후

정처없이 떠도는 정황인듯 해서

슬픈 시라 여겼고

삼연집에 이 시가 혹시 나오나 해서 뒤적여본적이 있다

 

오늘 우연히 이 시는

농암 김창협의 아들 김숭겸(1682~1700)의 시임을 알았다

그러니 김숭겸은 삼연김창흡의 조카가 되고

그의 문집엔 삼연의 서문이 실려있었다

 

황진(黃陳)이란 말은 송나라 황정견 진사도 글을 익혔다는 뜻같다

김숭겸은 요절했다

 

문집 말미에 부친의

아들에 대한 묘지가 있었다

 

그 옛날

달이 훤한 미산에서

농암의 글

죽은 막내동생 묘지를 보았는데

 

농암은 부친과 형님과 아우 아들의 슬픈 죽음을 겹겹이

겪었고 그 절절한 심정을 글로 남겼다

 

읽는 사람이 눈물이 나니

지은 사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迢迢盡日伴山花。

望望前林已晩霞。

莫問今宵何處宿。

白雲山下是吾家

 

 

하루종일 꽃을 벗삼아 가는길

저숲아래 저녁 노을 지고

오늘 어디서 묵을지 묻지 마라

백운산 아래 내집이라....

 

 

예전에 나는

결구를

흰구름 떠도는 산아래가 내집이라

 

그러니 동가식 서가숙 떠도는 사람의

부평초 신세로 읽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시 앞에 제목을 보니

 

季春望後。陪家君往永平。于時百花滿山。春氣和暢。應呼于花峴途中

 

초봄 지난후 부친을 뫼시고 영평(오늘날 포천 가평 백운산 일대)으로 오는 길이다

온갖 꽃이 가득 피고 이제 백운산 아래 집이 저기 보이는

귀가지전(歸家之前)

 

이 시는 밝은 분위기의 시였다

 

오늘따라 개나리 본 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카소 청색시대....  (0) 2012.08.21
하농(夏農) 경강  (0) 2012.07.28
저장성 닝보 명이대방록.....  (0) 2012.07.17
윌리엄 포크너 삼중당 문고  (0) 2012.06.25
천안문사태 64의 그늘  (0) 201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