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베틀과 물레 삼을 삶던 날

guem56 2012. 6. 30. 11:40

부여 은산

새벽 우시장이 서던 때

 

소를 몰고 멀리서 나온 아저씨들은

10원 내고 뜨끈한 장터 국수를 후르륵 들이 마셨다던데

 

 

유치리 소를 몰아 삼마치 고개를 넘고

연봉 다리를 건너

먼길 다니던 때

 

겨울엔 쇠죽을 끓이고

봄여름엔 꼴을 베어 먹인

정든 소를 떠나보내는 날이라

발걸음보다 마음이 더 무겁던 그 시절

 

재숙이네 집 뒤 울타리엔 삼베가 자랐고

여름날인지

삼을 삶아 밤이 깊도록

삼껍질을 걷어냈다

 

베틀위엔 흰 수건을 두른

재숙이 할머니가 올라앉으셔서

내려올줄 몰랐고

 

높은터

외갖집 마루엔 물레가 자리했다

 

베틀은 뭘하고

물레는 뭘하는지 아직까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

 

오다가다

어느 박물관

통유리 너머 졸고 있는

베북이나 물레를 보노라면

그 옛날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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